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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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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7일 09시 4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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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아들과 함께 자신의 아내를 찾기 위해 온 우주를 헤맵니다. 그가 아내와 거의 만났다고 느끼는 순간, 신들은 그를 방해하여 다시 멀어지게 합니다. 사내는 아주 오랫동안 우주에서 헤매고 온갖 시련을 겪습니다. 그는 이제 막 또 신의 방해로 아내와 헤어졌습니다. 그는 몹시도 분노했고 신이 방해하는 한 아내와 다시 만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신을 찾아나서기로 합니다. 그 신을 물리쳐야만 자신과 아들이 그토록 원하는 그의 아내 곁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우주의 끝에 도달합니다. 거기서 그는 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에게 나타난 신의 모습은 사내, 그 자신의 모습입니다.

 

**

저는 아주 오래전에 이 이야기를 만화로 보았습니다. 25년전, 아니 30년전 쯤 될 겁니다.  제목은 '스페이스 오딧세이'이고 시리즈의 주인공 사내의 이름은 율리시즈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테르마코스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와 등장인물의 이름이 같고, 시련을 주는 대상이 신이라는 점, 아주 오랫동안 어딘가를 헤맨다는 것이 공통이라면,  다른 점이라면 공간을 바다가 아닌 우주로 옮겼고, 커다란 사건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아내를 찾아다닌다는 점입니다.

 

제 어린시절에는 텔레비전에 만화 시리즈를 많이 방영했습니다. 어린시절, 만화를 재미나게 보다가는 충격적인 질문을 만나게 됩니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완전히 만화에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주인공 앞에 턱하니 엄청난 적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때의 충격 때문에 저는 이 이야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시리즈를 보는 동안 줄곧 율리시즈를 방해하는 신에 대해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시리즈물이 그렇듯 한편마다 극적인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그 긴장을 풀어주지 않은채 다음회에서 그것을 풀어주고는 또 그 오르막으로 데리고 올라가는 겁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에 율리시즈가 그 적 앞에 섰을 때 그가 만난 것이 그 자신이라니 저는 그 순간 말을 잊고 멍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다른 이야기도 접하게 되고,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기도 하면서 제 기억은 거기에 덧칠을 해가며 제 나름대로 의미를 더해갑니다. 꼭 무엇인가를 이루겠다고 그것을 방해는 뭔가를 젖히겠다고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달립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되는 것, 최고가 되겠다며 노력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제가 아는 이야기들 속에서는 실체없는 그것을 형상화한 것들은 '스페이스 오딧세이'처럼 자신의 모습입니다. 달리고 달리다가 더이상 갈 수 없는 끝에서 만나게된 것, 그것을 '한계'라고 하던데 그것은 꼭 자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납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끔찍하게 미운 그것이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힘들어하는 자신을 조롱하고, 자신에게 이제는 한계를 받아들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혹은 넘어서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습을 한 그것과 화해를 합니다. 잠깐의 침묵의 시간이 있고는 주인공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듯이 보여지는데 이때 주인공의 마음에는 고요한 평화가 퍼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자 했던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율리시즈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유롭고자 했던 사람들이 끝에가서 만나는 것은 자신의 모습입니다. 날지 못하게 한 한계들을 벗어버리고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고 싶어했던 사람들을 봅니다. 이제는 이야기를 보면서 동일시 했던 것이 무너지고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아, 끝에 가보고 싶다. 내 모습을 한 그 뭔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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