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인센토
  • 조회 수 181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2년 4월 11일 22시 16분 등록

Bowery kitchen.jpg


“유짱, 무엇으로 할까?” 아빠의 질문에 여자 아이는 메뉴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다 테이블 너머 아빠의 표정을 잠깐 살피고는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린다. 


“으-음,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도 먹고 싶고, 쵸코렛 무스도 좀 땡기고.... 아빠는 뭐가 좋아?”


“음, 뭘로 하면 좋을까?” 망설이는 듯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아빠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그 순간, 유짱은 잠시 아빠가 되어 버린 듯 했다. 


무언가에 몰입한 아이의 표정에 이끌려 다른 테이블의 남자는 자신 앞에 놓여있던 똑딱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실내라서 광량은 부족했고, 그 장면이 과연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무엇이었는지는 그 순간에도, 이후에도 알 수가 없다. 

  

--------------------------------------------------------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혹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가끔 허공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아도 아직 답은 쉬이 잡히지가 않습니다. 마치 흐르는 강물에 하릴없이 돌멩이를 집어 던지듯 어딘가로 퐁당, 하고 사라져 버릴 뿐입니다.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저는 영상에 이끌렸습니다. 국민학생 때는 주말 TV의 ‘명화극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와 독서실을 빠져나와 동시개봉관에서,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휴학을 했던 고등학생 때는 부산 남포동과 대구 중구의 어느 극장들에서 늘상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 말입니다. 그 땐 언젠가는 자신 만의 영상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혹은 예술과 실용 사이의 어설픈 타협점이 아마도 지금 하고 있는 광고란 일인 듯 합니다. 


최근에 친구와 함께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몸도 풀 겸, 서로 호흡도 맞출 겸 시작한 일이 그리 쉽게 풀리지 만은 않네요. 끊임없이 티격태격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주기 일쑤입니다.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라고 해도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지쳐보이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상만 하던 그 때보다는 분명 더 나아졌다고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만, 분명 몸으로 부딪혀보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순간들을 우린 지나쳐왔습니다. 


어쩌면 ‘현실의 나’와 ‘꿈의 나’ 사이, ‘여기의 나’와 ‘저기의 너’ 사이의 막막한 간격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여러 차례 주고 받는 것, 끊임없이 시도해보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얼핏 무모한 듯 보이는 시행착오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자서는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같이 해준 친구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IP *.100.86.86
프로필 이미지
April 12, 2012 *.10.140.23

늘 기대하면서 글을 읽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April 18, 2012 *.229.131.221

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