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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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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8일 09시 37분 등록

kyoto.jpg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K는 영문도 모른 채 체포 당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K가 소송을 당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때 전도 유망했던 은행원 K는 그 날 이후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찬 좁고 낡은 법원의 입구를 찾아 헤매게 되고, 스스로 혹은 지인을 통해 소송에 대응할 여러 방도를 모색해보지만 그 어디에도 빠져 나가는 문은 없는 듯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입구를 모르니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안개가 끼인 듯 애매모호한 법률과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변호사의 조언들과 씨름하던 어느날 결말은 갑자기 찾아 온다. 서른 한번째 생일 전날 저녁 9시경, 두 남자가 K의 집을 찾아와 움직이지 못하게 그의 양팔을 끼고는 밖으로 데려나간다. 세 사람이 한 덩어리가 된 채 도시를 빠져나가 도착한 채석장에서 한 명은 K를 땅에 앉힌 뒤 그의 머리를 돌 위에 올려놓고, 또 다른 한 명은 푸줏간 칼을 꺼내 K의 심장을 찌르고는 두 번 돌렸다. 그렇게 상급 법원을 가보기는 커녕 판사도 한번 만나보지 못한채 K는 숨을 거둔다. 


* 프란츠 카프카, ‘소송’의 짧은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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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이 최악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곤 합니다. ‘소송’에서 주인공 K는 그 누구에게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죽음을 당합니다. 아니, 심지어 죽음에 직면한 순간에도 채석장 맞은 편 창문 앞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자신을 구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져 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를 죽인 것은 알지도 못하는 그의 죄가 아니라, 소송이 해결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허항된 말들로 그를 현혹시킨 주위의 보이지 않는 적들인지 모릅니다.


역사는 저절로 진보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말합니다.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비상사태’가 상례임을 가르쳐준다.” 그의 말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면 유사 이래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 한 세상은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여기가 위기 상황임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힘으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봄입니다. 평온해 보이는 온 세상에 분홍빛 경고음이 울려 퍼집니다. 꽃들이 ‘비상, 비상이다!’라고 소리치며 팝콘처럼 튀어나옵니다. 생각해보면 저 수많은 꽃송이 중 스스로 피어나지 않는 꽃은 단 한송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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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9, 2012 *.229.131.221

오늘이 4월 19일이네요. 

지금까지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었었지요.

그런데 50여년 전과 오늘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 생각해보면 

그분들에게 그저 부끄러운 마음 뿐입니다.  


....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 뿐이다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 뿐이다


- 김수영, 육법전서와 혁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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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5, 2012 *.169.188.35

나도 부끄러워

나에게 부끄러워..

그분들 걱정할 틈이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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