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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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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8일 10시 1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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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작게 만들고 그 누구보다 오래사는 최후의 인간, 그들은 누구인가? 


‘사랑이 무엇이지? 창조가 무엇이지? 동경이 무엇이지? 별은 또 무엇이고?’ 이렇게 물으며 그들은 눈을 깜박인다. 이들은 돌에 걸리거나 사람에 부딪혀 비틀거리지 않도록 아주 조심조심 걷는다. 자신의 일에 매달리지만, 이런 소일거리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한다. 


이들은 너무 귀찮고 힘들기 때문에 더이상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지려 들지 않으며, 남들과 다투기는 하지만  위장에 탈이 날까 이내 화해한다. 불면을 잠재우기 위해 얼마간의 독의 힘을 빌리고 또한 편안한 죽음에 이르기 위해 끝내 많은 독을 마신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조촐한 환락을 즐기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마침내) 행복을 찾아냈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머릿말 중 일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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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현재 직장에서의 마지막 작업이 될 지도 모를 광고 캠페인의 런칭 준비를 마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제 영혼의 일부를 담아 준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산을 내려온 차라투스트라는 시장통의 군중들에게 ‘위버멘쉬’를 설교하며, 그 대극에 위치한 ‘최후의 인간(혹은 인간 말종)’에 대해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경멸하며 묘사했던 더이상 올라갈 곳도 내려갈 곳도 없는 작고 소심한 군중의 모습은 세련되었지만 어딘가 거세된 듯한 현대의 도시인들, 특히 도쿄의 군중들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캠페인의 일부로 방문했던 K-POP 아이돌의 콘서트 장에서 저는 일상의 도쿄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의 군중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생기에 넘쳤으며, 무대 위에서 쇼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돌 그룹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고 춤과 음악에 환호했습니다. 


니체는 ‘위버멘쉬’와 짐승사이에 놓인 밧줄을 건너다 나락없는 심연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최후의 인간’인 우리들은 아이돌의 쇼를 보며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안전하게 꿈을 꿉니다. 자우림이 ‘아이돌’이란 곡에서 노래하듯 세상이 ‘날 꿈꾸게 해주지 않고’, 때로 모두에게 ‘현실은 아픈 것’이니 작은 인간인 우리들은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이미지인 아이돌을 필요로 하나봅니다. 


사실 저는 늘 차분해 보이는 그들의 마음을 한번 움직여보고 싶었지만, 자본의 힘과 크리에이터의 재능을 빌려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또 하나의 헛된 망상을 만들어낸 것 뿐인지도 모릅니다. 순간, 1만여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요코하마 아레나를 뒤흔듭니다. 콘서트 장을 가득 메운 하얀 불빛들이 저를 호되게 꾸짖네요. ‘쓸데없는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그저 쇼나 즐기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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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8, 2012 *.163.164.176

와우! 근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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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8, 2012 *.247.149.244

와우, ㅋㅋㅋ 가관이네요.

 You're just a litte bit caught in the middle of life.

You`ve got to let it go. Just enjoy the show.

 

그나저나 한국 언제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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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4, 2012 *.229.131.221

승오야. 많이 유식해졌구나^^


계속 늘어진다만 8월까지는 정리하려고 한다.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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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8, 2012 *.72.153.115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던 뮤지션을 기억한다. 스타가 되면 더이상 자신의 노래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고, 친구와 거리를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고, 또 가끔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 거짓된, 보여주는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스타가 되기를 거부한 뮤지션.

아마도 그 뮤지션은 그 한쪽 끝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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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9, 2012 *.119.32.88

여~~  정말 멋진데요.

대중문화가 점점 다가 올 때가 있는데, 도윤씨의 위 글을 보니 정말 맘먹고 파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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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4, 2012 *.229.131.221

한 선생님. 연락도 한 번 못 드리고 죄송합니다.

늘 넘치시는 열정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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