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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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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4일 09시 1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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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근사하게 생긴 황소와 아내 파시파에 사이에서 태어난, 반은 인간이고 반은 황소인 미노타우로스를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에 가두었다. 그리고 이웃나라 아테네는 미노스 왕의 유일한 아들을 죽인 죄로 9년마다 각각 일곱 명의 청년과 처녀들을 이 미노타우로스의 공물로 바쳐야 했다. 


마침 이 시기가 돌아오자, 갖은 모험 끝에 자신의 아버지 - 아테나의 아이게우스 왕 - 를 찾은 테세우스가 이 희생물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겠다고 자처했다. 아이게우스 왕은 마침내 재회한 아들을 사지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슬펐지만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아테나의 젊은 희생양들이 크레타에 도착하자 많은 크레타인들이 구경을 나왔다.  이 구경꾼들 틈에 끼여있던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보고는 첫 눈에 반하였다. 아리아드네는 급히 사람을 보내 라비린토스를 만든 다이달로스에게 물어 미로를 빠져 나오는 방법을 알아낸 뒤, 테세우스에게 아테나로 돌아가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미로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아리아드네는 그에게 비밀을 알려주었다. 


테세우스는 라비린토스에 들어가기 전 실타래의 한쪽 끝을 문 안쪽에 꼭 붙들어 맨 뒤, 실을 풀어나가며 미노타우로스가 잠들어 있는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드디어 반인반수의 괴물과 마주친 테세우스는 무시무시한 격투 끝에 미노타우로스를 때려 죽이고 자신이 푼 실을 따라 미궁을 빠져나왔다. 나머지 청년과 처녀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크레타를 빠져나와 아테나를 향해 배를 몰았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 ‘테세우스‘ 편의 일부를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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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모든 것이 뒤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광고라는 일은 알맹이는 없이 포장만 화려한 빈 껍데기 같았고, 브랜딩이란 것은 과학적이길 바라지만 결국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사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장 생활이 답답해서 다른 곳을 곁눈질하며 청춘을 허비했고, 제대로 한번 타오르지도 못한 젖은 장작과도 같이 삼심대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마치 코끼리 발자욱처럼 묵직한 진통이 가슴을 꾸욱 짓눌러 왔습니다. 외딴 무인도에 난파된 로빈슨 크루소가 살아남기 위해 떠밀려 온 배의 잔해를 살피듯 황망히 자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30대 중반의 회사원.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으며, 사놓은 집이나 특별한 재산 없음. 전공은 광고 홍보이고, 대학 졸업 후 약 10년 동안 광고 기획자로 무난한 직장 생활 중...”


이 곳에 서있는 것은 그저 평범한 회사원 한 명일 뿐, 아무리 살펴봐도 제 삶의 이야기는 빠져 있었습니다. ‘절대 반지’와 같은 단 하나의 정답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정작 자신의 삶을 향한 진정한 여행은 미처 시작하지도 못했네요.


‘밝은 방’이란 책에서 롤랑 바르트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여 말하죠. “미로적 인간은 결코 진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오직 자신의 아리아드네만을 추구한다.”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가 잠들어 있는 미로와 아리아드네의 실은 그 어디도 아닌 바로 초라한 이 곳에 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그 미로의 입구와 보이지 않는 실타래의 끝을 찾아낼 수 있겠죠. 오늘은 그 남루하고 텅 빈 중심을 조용히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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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4, 2012 *.138.53.71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삐딱함이 불안해 보였고,

어지러운 전기줄들은 복잡함을 의미하는 것 같고,

어두움은 전체적인 분위기.

녹색과 빨강 신호등, 그리고 중심부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빛의 상징.

 

이 속에서 찾아낸 인센토님의 실타래는 무엇일까요?

질문을 여기서 그치면 안돼겠죠?

나에게로 질문을 돌려 해봅니다.

나는 무엇을 쫓아 갈까?

오늘 뭐하고 즐겁게 보낼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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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5, 2012 *.229.131.221

짐짓 고상한 듯 내면의 질문을 던져보지만

일상에서는 번번이 깨어지기 일쑤네요.


어제 하루는 무엇으로 즐겁게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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