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한정화
  • 조회 수 225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2년 1월 19일 10시 50분 등록

 

s-꿈그림4-동료.jpg

 

저는 욕심 사납게도 사람을 탐냅니다. 요 근래 몇년사이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욕심은 점점 커졌습니다.

같이하는 것들이 모두 좋아졌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찰지게 느껴지고, 노래가 이전에 들었던 것과는 달리 가사가 생생하게 다가오고, 하늘이 더 푸르르고, 같이 타는 지하철은 사람들이 살아있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이제 막 색칠이 된 것처럼 생생해집니다.

 

 

저를 웃게 만들고, 저를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이 저를 가장 많이 변하게 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많고 분명하여, 어떤 대상인가를 접했을 때, 제 반응은 이쪽 혹은 저쪽으로 쉬이 나뉩니다. 얼굴에 마음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버려서, 도망가지 않는 한은 그 앞에서 마음 속에 천국과 지옥이 소용돌이 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좋은 일을 같이 할 때는 보여주는 것이 평안하지만, 싫은 일이 일어날 때는 저는 싫은 내색을 하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말로는 '아니다'라고 한다해도 얼굴에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기에, 저는 상황을 설명하고, 계속 변명을 해댑니다. 사랑한다고, 미워한다고. 당신은 좋은 것도 많지만, 싫은 것도 있기에 당신을 받아 들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버려서 밀어내지 못해 괴롭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미워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도 변명을 합니다.

 

얼마전엔 이 변명을 아주 오랫동안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상대는 저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친구였습니다. 잘 이해되지도 않는 변명을 계속하고 있는 저에게서 멀어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순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미웠고, 그 친구의 혼자말도 혼자말이 아닌듯 하여 미웠습니다. 나중에는 그 친구가 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조차도 미웠습니다. 저는 여전히 이기적이게도 오래전에 갈라둔 좋고 싫고 기준을 붙들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좋은 것만 있거나, 싫은 것만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 둘 중에 좋은 것만 내 세계의 울타리로 들어오고, 싫은 것은 나가라고 밀어낼 수 없습니다. 좋고 싫은 것을 모두 가진 한 사람이라는 온전한 세계가 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웃고, 그래서 찌푸립니다. 저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도 같이 살수 있는 것을 배워갑니다. 제가 갈라 놓았던 좋고 싫은 것의 기준이며, 옳고 그른 것들의 기준이 맞는지 의심하게 되고 다시 검토하고 자리를 잡아두며, 나를 부정하게 했던 그 의심을 몰고온 그 사람과 같이 살 매뉴얼을 만듭니다.

 

이런 일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본인도 힘들텐데, 그래도 제 변명을 참아주며 제가 만드는 지옥에도 같이 가준 친구 때문에 그 친구의 세계가 조금이나마 저에게 들어옵니다.

 

'자신을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데려가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가 있어?'

 저는 탐나는 그 누군가의 옆에서 또 이렇게 변명을 할지 모릅니다. 

IP *.72.153.115
프로필 이미지
January 19, 2012 *.229.131.221

누나. 파란색이 예쁘네요. 


안경 쓴 사람이 탐하는 누나인가보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