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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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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1일 00시 15분 등록

아내 없는 밤

 

아내가 오랜만에 저녁 모임을 갔습니다.

저녁을 챙겨 먹고 민호랑 놀기 시작입니다.

"아, 아빠랑 씨름하고 싶다." 괜히 혼잣말을 하듯 내뱉으며 나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저녁 탁구 동호회 모임에 못간 난 갑자기 '탁구'가 떠올랐습니다.

"탁구는 어때?"

"어! 탁구할래"

미리, 할 일을 정해놓지 않으면 마냥 시간이 늦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9시면 자야하니까. 먼저, 이닦고 세수한 다음에 잘 준비 해놓고, 그리고 탁구 하고, 동시 2개만 읽고 자자."

이렇게 미리 제 머릿속 계획을 쫙 읊었지요.

"알았어."

그러고나선 이닦고 세수를 함께 하고, 이불을 펴 놓았습니다.

이제 탁구 칠 준비 완료! 조그만 그림책을 서로 들고 마루에 마주 섰습니다.

기껏해야 두세번 공을 주고받고 딴데로 공 찾으러가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자뭇 진지하고 흥미진진한 민호.

나의 현란한 쓰리 쿠션 탁구 기술을 보여주자 웃음보가 터집니다.

천장까지 이용해서 탁구를 치고 몇 십분이 지나고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늦게 탁구를 치면 밑에 집 아저씨가 올라올지 몰라. 그만하고 아까 말한 씨름 한 판만 하자."

씨름에 귀가 솔깃한 민호.

상호간의 인사를 한 후 쪼그려 앉아 서로 허리를 잡습니다.

역시 민호는 진지합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힘을 쓰게 했습니다.

스코어 조절을 하며 2 : 1 로 민호의 승!

갑자기 민호가 말합니다.

"아~ 한 판만 더 하고 싶다."

"그~그럴까?"

한 판 더 해서 2:2로 스코어를 만들었으나, 민호가 승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한 판을 더해 3:2로 민호의 승리!

내가 이기면 아마 또 하자고 할 것 같아서 져주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요새 읽고 있는 동시책을 집어들자 민호가 말합니다.

"그건 다 읽었고, 너무 짧아서 싫어. 다른거 읽고 싶어"

"그럼 한 권만 네가 골라봐."

그러자 민호는 신중하게 고민을 하더니 책 한 권을 고릅니다.

'할머니 밥상' 이란 책이었습니다.

아이가 밥상 투정을 하자 할머니가 산과 들, 바다로 나가

찬거리들을 채집해서 반찬을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뭔 노무 찬거리들이 그리 많은지...

나물, 채소, 과일, 열매, 바다식물들...

그 많은 반찬 재료의 이름을 다 읽어준 후

휴~ 이제 자자 하니,

"아~ 더 읽고 싶다. "

"안돼~!"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그냥 냅다 불을 껐습니다.

뽀뽀도 하고, 잘 자라고 인사도 한 후

한참을 잠을 청하고 누워있었습니다.

민호가 다시 일어나 무슨 소리가 난다며 거실에 나갔다가 옵니다.

그리곤 또 화장실 간다며 나갑니다.

또 물 마시고 싶답니다.

내 미쳐...

 

아내 없는 밤은 너무나 깁니다.

반대로 남편 없는 밤도 얼마나 길까요?

남편들이여 일찍 들어갑시다! ^^

 

 

 

 

 

잠든민호.JPG

<결국 잠든 십자가 민호,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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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31, 2012 *.163.164.177

야~~ 민호가 꽃밭에서 잠들었구나.

계절은 겨울이지만 민호는 봄의 한 마당을 꿈 속에서 걷고 있을 듯.

 

한컷으로 채집된 일상,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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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1, 2012 *.166.205.132

꽃밭 이불~ 돌아가신 장모님이 마련해주신 선물이지요^^

 

형~ '인사쟁이'란 말이 인사 잘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

지금 처음 해봤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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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31, 2012 *.246.77.144
ㅋㅋㅋ 오라버니는 역시 결론이 대박...
이런 일상이야기들이 참 좋더라
그리고 따뜻하고 엉뚱한 오빠의 시선도 좋고
하은이도 민호랑 똑같은 행동을 하며 잠들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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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1, 2012 *.166.205.132

나 역시 결론이 이렇게 날지

처음엔 몰랐단다 ^^

 

역시 민호만 그랬던 것이 아닌게야.

아이들은 솔직하지,

그래서 늘 배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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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31, 2012 *.30.254.21

옛날 생각 나네요.

그때가 화양연화 입니다...

 

즐겁게 고이 간직하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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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1, 2012 *.166.205.132

네~!

지금부터라도 잘 간직하고,

기록하고, 음미하면서

살아보려구요~

 

선배님 3월24일 면접여행때 오실수있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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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2, 2012 *.216.38.18

코- 자는데도 포스가 느껴지는 저 포즈~!

하이패션 일인자! ^^ 재미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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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4, 2012 *.166.205.131

민호 패션이 맘에 드시나요 ^^ ㅎㅎ

포스가 느껴지는 건 선배님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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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3, 2012 *.41.18.176

행복한 민호.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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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4, 2012 *.166.205.131

고맙습니다. 플루토님~~ 성함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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