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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일 13시 1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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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전국시대에 양주라는 묘한 사상가가 있었다. 직접 그의 사상을 기록한 책은 남아 있지 않지만 열자의 양주 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누군가 내 몸의 터럭 한 올을 뽑아서 세상을 구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세상은 본래 한 올의 털로 구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답했다. 그러자 “만일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렇게 하겠”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임금은 죽어서는 칭송을 받았지만, 순의 업을 이어받아 나라를 다스리느라 아들을 낳아도 사랑해주지 못했고, 집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몸은 마르고 손과 발에는 늘 못이 박혀 있던 우임금은 천하의 사람들 중에서도 근심과 괴로움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비록 좋은 이름은 얻었으나 단 하루도 즐겁게 살지 못하고 마침내 죽었다.  


백성 자고는 한 올의 터럭으로도 남을 이롭게 하지 않았고, 나라를 버리고 숨어서 밭을 갈았다. 우임금은 자기 몸을 이롭게 하지 않고 천하를 위하다 지쳐서 죽었다. 옛날 사람들은 한 올의 터럭을 뽑음으로써 천하가 이롭게 된다고 하여도 뽑아주지 않았고, 천하를 다 들어서 자신에게 바친다해도 받지 않았다. 사람마다 한 올의 터럭도 뽑지 않고, 사람마다 천하를 이롭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면,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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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면 지금 한국에서는 아마도 정치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듯 보입니다. 올해로 예정된 총선과 대선의 영향도 있을 테고, 사회가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탓인 듯 합니다. 저도 평범한 범인인지라 서로 치고 박고 다투는 타임라인을 읽으며 일희일비하고, 때로 분노하고 때로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표피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얼마나 큰 에너지 소모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원 전의 양주는 말합니다. "백성 자고는 한 올의 터럭으로도 남을 이롭게 하지 않았고, 나라를 버리고 숨어서 살았다. … 사람마다 한 올의 터럭도 뽑지 않고, 사람마다 천하를 이롭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스스로 다스려 질 것이다."

 

얼핏 들으면 참으로 비겁하고 개인주의적인 말입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고 이상적인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것일까요? 저는 생각해봅니다. 가족과 국가, 정의와 평등과 같은 커다란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행복이라고. 그리고 우리 개인 개인이 행복하다면 그 사회는 반드시 행복한 곳일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구하려고도 하지 말고, 세상에게 무언가를 커다란 것을 얻어내려고 기대하지도 마세요. 자신에게 주어진 한 올의 터럭, 한 줌의 재능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니 부디 그것을 지켜내세요. 저도 비오는 놀이터의 팬더처럼 제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꼭 웅켜쥐고 물고 뜯으며 즐기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 만이 제게 자유를 가져다 주리라, 또 만일 가능하다면 제 주위를 조금이나마 밝혀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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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3, 2012 *.126.56.253

사람마다 한 올의 터럭도 뽑지 않고, 사람마다 천하를 이롭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스스로 다스려 질 것이다. 여러번 되새기며 생각해보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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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3, 2012 *.10.140.146

저 바닥에 누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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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4, 2012 *.10.140.146

갑자기 바닥에 누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오네요.

차가운 땅에 누워 하늘을 쳐다볼 용기가 아직은 없지만..

한번은 그래 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곰돌이처럼 쇳대를 입에 꽉 물고가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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