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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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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9일 01시 45분 등록

꿈그림7-꽃놀이.jpg

 

‘아버지 좋아하시는 굴전 좀 부치고, 겉저리도 좀 무치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버섯도 좀 볶고, 아삭아삭하게 무생채도 하고, 남동생 좋아하는 닭튀김도 좀 사고, 알록달록하게 김밥도 좀 말고, 꼬맹이 좋아하는 딸기도 한 봉지 사서 놀러갑시다. 취사가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네. 꽃나무 그늘 아래서 부침개도 부쳐 먹으면서 오래도록 시끄럽게 떠들다가, 꽃구경도 좀 하고 바람도 쐬다가, 그러다가 해가 질 때 와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물었을 때, 저는 가족과 함께하는 꽃놀이가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이 떠오릅니다. 함께 먹고, 함께 노는 것입니다. 번거롭게 뭘 그런 걸 하느냐 싶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해가 천천히 지고 있다는 것을 같이 느끼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형제자매가 많으셔서 저는 사촌이 아주 많습니다. 평소에는 잘 만나지 않다가 명절이나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 보게 되는데, 항상 빠지지 않고 보는 사람은 외사촌 동생 중에 첫째입니다. 직장때문에 혹은 연휴가 짧아서라는 핑계를 대지 않고 늘 함께 합니다. 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몇 번이나 더 같이 명절을 보낼지 모른다면서 말입니다. 명절 때마다 매번 마당에서 무언가를 구워먹는데 그것은 그녀석이 준비합니다. 추석에는 삼겹살, 설에는 조개류와 삼겹살. 너무 추워서 양식하는 조개가 다 폐사해서 없다고 했을 때도 광주 시내의 생선가게를 다 뒤져서라도 굴을 사옵니다. 삽겹살을 사러 순창군에 나가고, 술을 사러 담양군까지 나갔다 오고, 조카들 먹을 과자를 사오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명절 밤을 늦깨까지 바람을 쐬며, 눈을 맞으며 불을 중심으로 쪼그리고 앉아서는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보냅니다. 사촌들 결혼할 사람 이야기며, 외할머니의 건강 이야기, 회사 이야기, 5촌 조카들의 진학 이야기며, 이모 삼촌들의 다음번 먹자계 이야기를 합니다. 술을 마시다가, 굴을 먹다가, 삼겹살을 먹다가 하면서 말입니다. 사촌이랑 오촌조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계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해 여름 하루, 어머니 형제간에 한번씩 돌아가며 준비하여  물놀이를 함께 가서는 실컷 먹고 놀다가 돌아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꽃놀이나 여름휴가, 혹은 해외여행이 미래의 풍광이나 올해에 하고 싶은 일 목록에 넣는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해주고 싶고, 또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고, 그리고 그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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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9, 2012 *.128.229.50

그래, 인생이 그런 것이지. 

봄이 오면 깨끗한 옷을 입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한바퀴 휘 둘러 오면 콧구멍 뚫리고 긧구멍 뚫리지

분홍 꽃잎이  가득한 나무 아래서 술한잔 하면  카 ~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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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9, 2012 *.129.3.241
하고 싶은 것 생각하면, 요즘 되게 단순해져요, 사부님.

저두요 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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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9, 2012 *.169.188.35

순간을 기쁘게 산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줄 이제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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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09, 2012 *.129.3.241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 옆에 있고 싶은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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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February 09, 2012 *.85.249.182

그림도 좋고  글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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