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인센토
  • 조회 수 2594
  • 댓글 수 9
  • 추천 수 0
2011년 12월 28일 02시 30분 등록

1-1.jpg


한 남자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생전 처음 세상을 본다는 듯 막대사탕을 핥으며 맛을 음미하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집 밖을 거의 나와 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창 밖 세상은 어릴 적 엄마의 손에 이끌려 누군가를 피해 달아나던 순간의 목이 막힐 듯 가쁜 숨소리와 기분나쁘고 질척한 땀으로 기억되었을 뿐이니. 


그가 가지고 있던 형체없이 거대한 두려움을 여기에서 세세히 설명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것은 그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모두가 다른 이름으로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여태껏 자신을 집 밖으로 이끌어 줄 그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려 왔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씩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했고, 어느덧 늘어가는 주름살과 함께 피지도 못하고 져 버리는 인생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그런데 한걸음 문 밖으로 나서고 나니 아, 세상은 온통 유혹이었다. 땡땡이 벽화가 말을 걸었다. 꽃돼지가 은은한 미소를 날렸다. 텅 빈 미끄럼틀이 다시 돌아올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나지막하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로, 바로 오늘이 시작하기 좋은 날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어느 오후였다. 잔뜩 보풀이 인 군청색의 니트와 색바랜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은 한 남자는 그렇게 고장난 시계 바늘처럼 한참을 멈춰 서 있다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째깍째깍, 하나의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왜 시작이 코마자와 공원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깝기 때문입니다. 항상 거창한 꿈만 꾸다가 시작은 자꾸 뒤로 미루어졌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시작의 장소는 언제든지 쉽게 떠날 수 있는, 가까운 곳이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또 한 해가 지나가네요. 혹시 당신도 저처럼 떠나가는 한 해가 아쉽게 느껴지신다면, 오늘이라도 동네 공원을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나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돌멩이같이 단단한 결심으로 길을 나서보세요. 늘 그렇듯이 오늘은, 참 시작하기 좋은 날입니다. 



P.S. 안녕하세요. 3기 연구원 김도윤입니다. 저는 “Round Round Tokyo Round”란 제목으로, 도쿄와 그 주변의 이미지들과 함께 떠오른 짧은 이야기와 변화에 대한 단상을 담아 매주 수요일의 이미지 에세이를 전해 드리려 합니다. 혹시라도 원본(이미지+글)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PDF 파일(1-1.pdf)을 참조하세요. 


그럼,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P *.147.78.55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10.140.150

역시.

예전부터 도윤님의 사진에는 늘 마음을 확 끌리게 되는군요.

 

새해에도 더 많은 복을 지으시는 한해가 되시길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88.244.7

도윤아, 돌아왔구나(?).


이미지 에세이가 짐이 아니라 힘이 되길 바랄게...


보고 싶다.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150.71.227

종윤아, 너도 보고 싶다.

가끔 가족사진이랑  사는 이야기 메일이나 글로 전해줘~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229.131.221

햇빛처럼님. 저도 예전부터 

늘 감사합니다.^^


종윤이형. 먼 인도에서 댓글까지 달아 주시고^^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께요.


그리고 늦었지만, 

승완이형, 안명기님, 김병진님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150.71.227

도윤아 나도 보고 싶다.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28, 2011 *.247.149.244

오오~~~ 이게 누구야.

올해 안으로 코리안 시리즈로 '복귀' 하신다던 김도윤 선수가 아닌가?

근데 왠 라운드라운드"도쿄"라운드 입니까? 당췌 언제 오는건데!!

ㅋㅋㅋ 형 글 잘 봤어요. 그 감성 여전하네요.

보고십쏘.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30, 2011 *.160.33.205

도윤아,  더 있는 것이냐 ?   그래도 좋다.   한 겨울에 북쪽으로  더 올라가 보아라. 

니카타, 아오모리, 사포로, 그리고 더 북쪽으로.... 눈길 조심하고. 특별한 드라이빙 안전 연습하고 가거라.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30, 2011 *.169.218.205

오빠.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

시작하기 좋은 날, 의미 있는 한가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된거 축하해!

그리고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한 하나의 세상을 응원할께. ^^

pdf 파일에 있는 사진 중 하단 좌측 두번째 사진.

모퉁이일까. 바닥일까. 의미를 찾고 싶어서 한참을 봤어.

다음 수요일을 기다릴께~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31, 2011 *.176.114.14

정화 누나, 저도 보고 싶어요~


승오야, 너무 멀리 가진 않고, 

조금만 돌다가 돌아가도록 하마^^ 

얼굴 보자꾸나!


사부님. 제가 운전이 서툴러서.. ^^;;

기차를 타고라도 북쪽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영아. 내년엔 뭐라도 꼭 하자!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