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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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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4일 11시 1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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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동, 동,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바람에 이끌려 배낭 하나 둘러매고 짧은 여행을 떠난다. 자전거를 타고 지유가오카로, 지유가오카에서 요코하마로, 다시 오오후네를 거쳐 도착한 카마쿠라. 몇번 씩 전철을 갈아타고, 또 낯선 길에 헤매기도 하면서 도착한 카마쿠라역 앞 거리는 쨍한 햇살 아래 포동포동 살집 붙은 얼룩 고양이마냥 나른하게 졸고 있었다.


휴일을 즐기는 인파로 붐비는 코마치 도리의 어느 귀퉁이에서 생맥주 한잔과 소바 한 그릇으로 늦은 끼니를 때우고, 덜컹거리는 에노덴을 타고 에노시마로 향한다. 어느새 날은 저물어가고, 해질녘의 에노시마 해변은 붉게 물들어있다. 무엇 때문에 이 곳까지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에서 생의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절반 쯤은 흘러왔을 이 생에서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산다는 것은 실제로 사는 것일텐데 생각만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냈구나.” 하루의 끝자락을 서성이며 해안가를 잠시 거닐어본다. 새들은 집을 찾고, 누군가는 밤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올리고, 또 누군가는 길 가의 규동 집에서 빈 속을 채우는 저녁, 저 멀리 짙푸른 어둠 속으로 에노시마의 늙은 거북 한마리가 느릿 느릿 유영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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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무엇일까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이란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는 것이며, '어제 같지 않은 내일'을 확실하고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철학, 관념, 시, 사상 따위는 마분지에 쓰인 낙서에 불과하다. 마분지 따위는 염소나 씹어먹는 것... 오로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심장으로 관통하는 여행만이 본질에 이르는 길이다"

 

우리는 때로 머리 속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직접 살아보지 않고, 몸소 겪어보지 않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으로 세상을 안다고 착각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자신이 찾아낸 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삶의 정답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짓이 현대를 살아 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인 듯 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주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어설프고 서툴지만 자신 만의 스텝을 밟아 나간다면, 그 곳이 어디든 여행은 시작된다'라고. 그리고 어쩌면 그 낯선 길의 한 귀퉁이에서 '너는 세상의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너 자신이란다'하며 우리를 다독여주는 따뜻한 목소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입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네요. 한해의 시작이 1월이듯, 좋은 삶의 시작은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하루도 부디 즐거운 여행되세요!



IP *.229.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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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4, 2012 *.118.59.30

연구소 홈피가 개편되어 좋은 것들 중의 하나, 선배의 감성적인 글과 사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ㅎㅎ

잘 지내죠?^^ (말 놓아도 된다했는데, 넘 뜨문뜨문 보니까 여적 공손히, 예의갖춰서 ㅋㅋㅋ)

 

언젠가 본 선배야의 푸른 사진 한장의 잔상이 여직 기억되는걸 보면

사진이라는거.. 시각적 힘의 위력은 참으로 큰거같아요..^^

선배야의 그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저만은 아닌듯하죠^^

 

아무쪼록 더욱 몽환적인 사진에, 더욱 깊어진 글, 반갑슴다^^

선배야, 일본에서 보내는 새해 온가족 모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보내고

선배야도 선배만의 여행 더 즐기는 멋진 한해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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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5, 2012 *.229.131.221

정현 누나. 그러게, 말 놓으시래니깐^^


열심히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는 소식 전해 듣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많이 늦었지만 번역 책 출간도 축하드립니다.

(너무 뒷북쳐서 죄송해요!)


한국 들어가게 되면 꼭 연락드릴께요~

그럼, 새해에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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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8, 2012 *.169.218.205

오빠. 사진이 졸고 있어. 꾸벅꾸벅. 흔들림이 절묘하다.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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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09, 2012 *.169.188.35

늘...늘...

 

저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대의 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그 다름이

때로는 저에게 가르침으로

때로는 저에게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말씀대로 오늘 삶속으로 또 즐거운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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