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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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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0일 03시 0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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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9 / 대구]




사진쟁이가 글쟁이에게


요즘 출판되는 책들에 사진이 제법 쓰이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여행기나 에세이류는 이런 추세가 더 뚜렷한 것 같은데요. 사진을 생산하기 쉬워진 덕분일테지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용되는 '양'에 비해서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글과 어울리지 않거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생뚱맞은 이미지를 드리밀어 오히려 책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허다해 보입니다. 대부분 땜빵용으로 사진이 사용된 경우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사진이 글에 기대어 있는 모양새가 마뜩찮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요. <사진과 함께 읽은 삼국유사>의 강운구 선생 사진이라든가, 구본형의 <떠남과 만남> 개정판에서 윤광준의 사진처럼 제대로 쓰여진 사진들은 글과 서로 보태져서 읽는 재미를 더하는 책들도 더러 만나게 되는데 이럴땐 참 좋습니다. 


책을 낼 정도의 글이라면 심혈을 기울였을 줄 압니다. 산고의 고통이라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원고에 출판사에서 적당히 꿰메주는 사진들을 빈칸 채우듯 끼워 넣는 것인지 … 이런 무심함을 만날때면 불끈불끈 화가납니다. 연지곤지 바르고 쪽머리까지 틀고선 무릅 나온 후줄근한 체육복 입고 파티장에 나타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싶어요.


사진도 언어이며 이야기입니다. 같지 않은 사진을 곱디 고운 글에 붙혀야 할 이유(반대의 경우도)가 없습니다. 어설프게 붙이느니 빼는 것이 나을 것이고, 기왕에 쓸 요량이라면 조금만 더 신경써서 필요한 원고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많으니까 어렵지 않게 수소문 할 수 있을거에요(제 전화번호는 010-거시기-머시기^^).


한가지만 더요. 책 표지 등에 쓰여지는 저자의 프로필 사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용과 관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책과 어울리지 않는 사진들이 허다한 것 같아요. 여행관련 책이나 에세이에 현장감 있는 리얼한 사진들이 쓰인다면 안성맞춤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에 선거 포스터 같은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습니다. 자기계발 서적이나 자서전류 따위에 붙은 사진도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같고요. 저자가 유명하거나 말았거나 관계없이 정말이지 괴롭습니다. 책 표지에 영정사진 같은 저자의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는 것이 저는 늘 어색하더군요. 작가라면 글쓰는 모습이나 서재를 배경으로 사색을 하는 ... 아니면 산책하는 모습들이 어울리겠네요. 여행가라면 길위에 있는 모습이 제격이겠지요. 설명 필요 없이 그마다에 어울리는 장면이 있을 겁니다. 바로 그것이지요. 여권사진이 아닐바에야 굳이 스튜디오에서 찍은 보정빨 잔뜩 먹은 사진을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영희 선생과의 대담집 <대화>나 셀리 케이건의 <DEATH> 같은 책의 표지 정도만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을 저작에 쓰려는 글쟁이라면 노력을 조금 떼서 사진에게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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