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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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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7일 21시 4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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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대구]




그 분을 만나러 가기전, 카메라부터 사러가자.



걷다가 문득 그 분이 오셨습니다. 가방을 뒤적거려 노트와 펜을 꺼냈습니다. 돌아와서 키워드를 조합하고 살을 붙혀 풀어냅니다.


사진을 물어오는 분들께 먼저 카메라부터 하나 장만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곤 합니다. 노트와 펜(요즘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대세지만)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 처럼 카메라가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냥 핸드폰으로 찍으면 안돼요?” 안 될 턱이 있나요. 당연히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사라고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제법 성능이 좋아야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보급형 카메라들이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어요. 잡스가 세상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이걸로 영화도 찍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어서 전시회를 하거나 책을 내는 사람들도 제법 생겼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신기방기 합니다. 그런데도 왜 제법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하나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냐하면 말이죠. 

첫번 째, 이미지 품질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은 점점 더 좋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품질(해상도라고 합니다만)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하면 여러분들이 쌓아놓은 수많은 기록들이 전화기 ‘사진함’에서 쿨쿨 잠만 자거나, SNS에서만 주구장창 유통되고 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때론 벽에 걸기도 해야 할꺼고 때론 여러분들이 쓸 책에 쓰여져야 할테니까 말이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렇게 쓰기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 때 그 기록들을 쓰고 싶어서 꺼내보니 이미지 품질이 떨어져서 쓸수가 없답니다. … 아쉽습니다. 사진은 프린트됨으로써 비로소 태어납니다. 파일로 존재하는 이미지는 데이터일뿐 아직 사진은 아닌 것인데요.

두번 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제법 잘 찍히기는 하지만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거나 촬영환경이 나쁠 때라거나 묘사를 좀 해야 할 때 대응해 주지 못합니다. 찍어야 할 때 찍을 수 없으면 환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2. 작고 편해야


글쓰듯 사진을 찍으려면 작고 편해야 합니다. 그래서 뒷 주머니에 쏘~~옥 들어가는 카메라(P&S카메라)를 주로 권하는데요. 물론 표현의 내용과 방법에 따라 머리 크기보다 더 큰 카메라들이 사용되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이건 우리 관심사항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걷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셔터찬스를 만났는데 덩치 큰 카메라가 가방안에서 쿨쿨 자고 있다거나, 방구석에서 주무시고 계시다면 그게 무슨소용이랍니까! 출사랍시고 한 가방 들쳐 업고 산으로 들로 가 봐야 별거 있을라구요. 우리는 일기쓰듯 찍을거니까요. 

우리가 쉽게 만나는 카메라를 크기별로 보면 DSLR, 미러리스, 똑닥이 카메라들이 있겠습니다. DSLR 카메라는 고성능에 렌즈군도 다양하며 다양한 사진에 대응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크고 무겁고 비쌉니다. 제 기준에 크고 무거운 것은 죄악이지요. 성능도 좋고 크기도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들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렌즈군들도 있고 고품질의 사진도 얻을 수 있습니다만 역시 번거러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것 저것 렌즈들을 구비해야하니까요. 또 이렇게 식구를 늘리다 보면 부피도 만만치 않게 되어버리고 말아요. 부피가 큰 것도 역시 죄악입니다. 똑닥이 카메라가 남았네요. 붙박이 렌즈가 붙은 조그만 카메라들을 말하는데 P&S(point & shoot)카메라라고 합니다. 예전엔 보급형 카메라들이 주로 이런 형태로 출시되었는데 요즘 보급형 시장이 죽어버리고 나서는 똑딱이 카메라들도 고성능을 탑재하고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제법 하죠. 그래도 DSLR이나 미러리스보다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이것 저것 추가할 것도 없으니 단촐하기까지 하더랍니다.

조그만 카메라하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불쑥 불쑥 그 분과 만날 때 여러분은 단지 주머니에서 꺼내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이 기록들은 키워드가 되어 기억속에 저장되었다가 다시 그 사진을 꺼내 보는 순간 그때 그 느낌과 이야기들이 나팔처럼 쏟아져 나오는 ‘오르가즘’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는…



#3. 태도와 기분은 영감의 어머니


꼭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태도나 기분이 영감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려니와 적당한 저지름은 무병장수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첩경이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명품빽에 영혼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연필하나 추가하는 것은 어떠실지 … 그리고 열심히 일한 당신, 택배아저씨를 맞는 기쁨을 생활비에게 양보하지 말기 바랍니다.


자그마한 카메라 손목에 하나 걸고 느릿느릿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 바랍니다. 동네 어귀여도 좋고, 근처 시장이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저녁 모임이어도 좋습니다. 아니면 늘 가고싶던 프라하 어느 거리이거나 쿠바의 어느 바여도 좋겠네요. 여러분은 단지 ‘그러겠다’고 맘 먹기만 하면 뾰로롱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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