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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8일 11시 3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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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구정이니 음력으로는 다시 새해다. 2015 1월을 시작하면서 품었던 많은 결심들이 민망하게도 어딘가 자취를 감추었다면다시 시작하기 좋은 때이다무슨 일이든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많은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시작이 그토록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고 막연한 무언가를 생각하기 때문일게다. 멋진 권을 뚝딱 써낸다거나, 세상을 놀라게  장편 영화를 제작한다거나 같은 일들혹은 막힌 변기처럼 답답한 회사를 바꾸고 싶다거나, 말도 안되는 부조리 투성이인 세상을 변화시킨다거나 하는 일들.


그렇게 거창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이제는 아마도 그렇게 자신이 없으니, 그렇게 가능성이 낮은 듯하니 시작조차 하기 싫은 것일까. 힘겹게 노력해도 안되는 것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으니까정말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 실패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인생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내가 세상을 바꾼다는 따윈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러나 사실 어떤 시작들은 그리 것이 아니다. 가령 내가 피해왔던 시작은 무엇일까? 언젠가 듀란트의 ' 역사 속의 영웅들' 읽은 이렇게 적었다.


이 책(역사 속의 영웅들)으로 시작된 헤맴의 끝에서 젊은 윌 듀란트를 뒤흔들었던 철학자 스피노자를 만났다. 스피노자는 말한다. “결론적으로 의지와 지성은 같은 것이다.” ‘철학 이야기’에서 윌 듀란트는 스피노자의 주석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열정은 이행이며 모든 감정은 완전성과 힘을 향한, 또는 완전성과 힘으로부터 비롯되는 운동이다.”, “우리는 상상력과 이성에 의해 경험을 예견으로 변화시켜 미래의 창조자가 되고, 이 때 우리는 과거와 같은 노예는 아니다.”


이리 저리 떠돌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듯한, ‘어떤 하나’에로 합쳐지는 듯한 놀라운 감동의 순간이었다. 내가 고민하던 신의 모습이 그 곳에 있는 듯 했다. 마음의 비밀과, 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지, 그 길의 시작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실마리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나는 어렴풋한 삶의 실마리가 스피노자의에티카 제대로 읽지 못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시작은 이렇게 작은 것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스탕달의 '적과 ' 읽는 . 제이스 조이스의율리시즈피네간의 경야 읽는 일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매일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리는 . 낯선 곳으로 떠나고 사진을 찍는 . 그것들을 연결하고 편집하여 형상을 부여하는 . 그러나 그런 것들은 자꾸 구석으로 미뤄지기만 했다.  변명거리는 있게 마련이다. 산다는 것은 어뗜 이유로든 구차하게 바쁜 법이니까


다시 한번, 시작은 거창한 아니다. 시작이 어려운 까닭은 - 특히, 나의 경우에는 - 처음부터 너무 그림을 그리고 욕심만 내고 달려 들기 때문이다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크고 원대한 것을 하려 하지말고 일단 쪼개어보자. '역사하는 철학자*, 듀란트 위대한 시작도 작은 소책자에서 시작되었다.


1921년, 유명한 ‘Little Blue Books’ 시리즈의 발행인인 줄리어스(E. Haldeman-Julius)가 우연히 뉴욕의 한 장로교회에서 진행하던 윌 듀란트의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의 강의를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른 일들로 바빴던 윌 듀란트는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줄리어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에게 선금을 주며 철학자 한 명씩에 대한 소책자를 쓰게 만들었다. 이렇게 11권의 소책자가 모여 1926년 마침내 ‘철학 이야기’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 책의 성공을 발판 삼아 윌 듀란트는 총 11권의 대작 ‘문명이야기’의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이런 시작의 이야기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의 진실은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 듀란트의 '역사 속의 영웅들 담겨 있는우파니샤드' 인용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올해는 부디 "그렇게 되기"를.


「거기 무화과 열매 하나를 가져와라」「여기 있습니다, 선생님」「그것을 쪼개라」「쪼갰습니다」「거기 무엇이 보이느냐?」「아주 작은 씨앗들이 보입니다, 선생님」「그 중 하나를 쪼개봐라」「쪼갰습니다」「거기 무엇이 보이느냐?」「아무것도 안보입니다」「친애하는 그대여, 네가 감각하지 못하는 이 가장 섬세한 정수-바로 이 가장 섬세한 정수에서 이 큰 나무가 자라 나온다. 내 말을 믿어라…. 이 가장 섬세한 정수야말로 온 세상의 혼이다. 그것이 실체다. 그것이 아트만이다. 타트 트밤 아시 - 그것이 바로 너다, 슈웨타케투야」「선생님, 내가 더욱 많은 것을 이해하도록 하시는군요」「그렇다면 그렇게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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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있어서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다. 철학은 광범위한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삶과 현실의 광범위한 전망을-당신의 태도를 현실이나 삶의 특정한 부분을 향해 이끌어가는 광범위한 전망 말이다. … 당신은 적어도 두 가지 방식으로 광범위한 전망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과학을 통해서이다. … 다른 하나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광범위한 전망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공간 속의 사물보다는 오히려 시간 속의 사건들을 공부하는 것이다. … 나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과학을 통해서는 그것을 찾아낼 수가 없다. 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허락해주신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자신을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 윌 듀란트, '역사 속의 영웅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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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9, 2015 *.109.162.52

"그러니 시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

"그렇다면 그렇게 되어라"


아주 힘이 센 문장이네요~ 물질감이 느껴지는 말.

행동으로 옮겨지는 문장.

이제 긴 겨울이 봄으로 넘어가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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