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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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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8일 10시 40분 등록

 

보이후드.jpg

<메이슨 역의 엘라 콜트레아, 6세>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사진의 셔터속도가 평균 1/125초니까 일 년에 5장의 사진을 찍는다면 40초가 된다.

그렇다면 난 일 년 동안 40초의 시간을 붙잡은 것인가?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현상할 사진을 고르고, 블로그에도 올리고, 사진 앨범으로도 남긴다.

그러다보면 불과 몇 초의 시간만이 남는다. 그 이외의 시간들은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다.

무의식의 바다, 세포의 감각 속에는 남아있으려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보이후드(Boyhood)>는 12년 동안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촬영했다.

6세부터 대학을 들어가는 18세까지, 매년 15분 분량을 촬영했다고 한다.

보통의 성장영화라면 '3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전혀 다른 사람이 나온다.

"내가 3년 전 그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몰입을 강요한다..

그러나 <보이후드>는 한 소년(메이슨)이 실제 성장한 모습을 담고 있어 몰입이 자연스럽다.

911테러와 오바마대통령의 출마,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미국을 보여주는 시대적 풍경도 스쳐간다.

아이를 가지고, 이혼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시 이혼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는

어른들도 소년처럼 좌충우돌하며 인생을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 역할의 패트리샤 아케이드가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기숙사로 떠날 때 외친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난 그냥 뭔가 더 있는 줄 알았어!"

 

인생 뭐 별거 없다는 깨달음인가? 하지만 인생 속에서 뒹굴어 봐야 진짜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메이슨과 여자친구의 대화도 멋지다.

 

  "넌 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순간이 우릴 붙잡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시간은 영원하잖아. 늘 지금이 순간이 되는 거지."

 

순간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12년 간 순간을 붙잡으려고 끈기있게 촬영한 이 영화가 있어 또 얼마나 다행인가.

시간을 이길 순 없지만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늦은 밤, 아내와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민호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 집에서 만화영화를 주구장창 보고 있을 터였다.

집에와선 일기장에 "만화영화를 엄청 봤다.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쓰겠지.(실제 그렇게 썼다.)

 

아이와 함께하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단 몇 초라도 멋지게 기억되는 순간들을 남겨야 겠다.

인생 뭐 별거 없을지라도.

 

 

 

 

 1_오이마사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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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9, 2014 *.141.188.12

답글을 달았는데 잘못 눌러 등록이 안되었군요.

말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경고로 방아들여야겠습니다.

 

많은 순간을 잡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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