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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31일 09시 0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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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사는 곳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다보면 더 잘 보게 되고, 애정도 생긴다는 말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펜으로 차분하고 고운 선으로 그려보겠다고 애를 써서 그린 것들이 마음에 안듭니다. 펜으로 곱게 그리는 것은 제가 평소에 그리던 방식이 아닙니다. 저는 그리 차분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저는 한번에 선을 끊지않고 그리질 못하고, 원을 그리거나 면을 그릴 때, 이쪽에서 시작한 선이 한바퀴를 돌아서 처음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끝을 잘 맞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손에 가는 선이 그려지는 펜을 들고 있다보니, 자꾸만 세세하게 복잡하게 그리게 됩니다. 이렇게 애를 써서 그린 그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우선은 선이 시원스럽지 않아서 그렇고, 또 전체적으로 강약이 없어서 복잡하게 뭘 많이 그려 넣어다해도 밋밋해 보여서 입니다. 어쨌든 그 어떤 것보다도 기술의 부족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제대로 안나오고, 못난 부분이 눈에 확 띄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아주 많아서 어느 부분을 그려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떤 분위기로 무엇을 얼마나 자세히 그려야할지를 미리 선택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려놓고 마음에 들지 않게 됩니다.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 저도 모르게 어느 전시회에서인가 어느 불로그에서 본 멋진 펜화 풍경화를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고서야 알았습니다. 저와 잘 맞지 않는 선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빠르고 거친 선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리다 보면 자꾸 그걸 잊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건 욕심 때문인 듯 합니다. '나도 00처럼  멋지게 그려봐야지'하는 욕심.

그림이 멋지게 안그려져서 기분이 조금 언짢다가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자꾸 제 성향을 잊는 그 욕심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게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성향을 잊고 부리는 그 욕심이 제가 갖길 원하는 것과 얼마나 더 가까워졌는지를 알게합니다. 

'우리동네 그리기'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저는 또 잘 그리겠다는 욕심을 부리며 남들 흉내를 낼 것이고, 또 반대로 제가 잘 그리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할 것입니다. 혹은 그 둘의 장점 어딘가를 취해서 그려보기도 하겠지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부린 욕심에, 빈약한 기술에  자신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욕심이 저를 발견하게 해주고 연습을 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지금은 딱 요기까지, 다행이란 것에 머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욕심에 짜증을 내게 될지, 어느 선에서 만족하게 웃게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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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1, 2014 *.115.32.2

삶은 늘 불안정한 것이다. 어쩌다 이쪽으로 경도되어 균형을 잃고 살다 보면 다시 그 반대의 것이 그립고, 그리해 그쪽으로 몸을 움직여 균형을 잡으려는 이 불안정한 움직임이 바로 삶이 아닌가 한다. 시몬 드 보부와르는 그래서, "매 순간 형평을 잃고 다시 정상을 회복하려는 불안정한 체계, 이것이 바로 삶"이라고 명명했다.

구본형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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