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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0일 17시 17분 등록


스미다

 

김병률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다시

왈칵 눈물이 치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대신 소주 한 병을 시킨 건 다 설움이 매워서다

바닷가 여관에서 몇 시간을 자고

얼굴에 내려앉은 붉은 기운에 창을 여니

해 지는 여관 뒤편 누군가 끌어다놓은 배 위에 올라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한 사내

해바라기 숲을 등지고 서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내 설움은 저만도 못해서

내 눈알은 저만한 솜씨도 못 되어서 늘 찔끔하고 마는데

그가 올라앉은 뱃전을 적시던 물기가

내가 올라와 있는 이층 방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 몇 달쯤 흠뻑 앉아 있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사내의 집채만한 그림자가

찬물처럼 내 가슴에 스미고 있다

 

 


------

영양만점여인과 통화를 하다 울컥했다

그게말야...성소라고 여겼던 나만의 비밀장소가 없어져서 슬...

배에 힘을 주고 숨을 참았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버팀목이 없어진다는 것은 재앙이다

영양만점여인의 미소 띤, 의연한 목소리에 또 울컥

마무리 잘하고 통화를 끝냈지만

아침에 만난 집채만한 사내의 눈물이

나에게까지 스며들어와 사무실 근처를 돌았다.

바람 잘 드는 곳에 서서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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