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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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파동
지디마자
무언가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공기처럼 햇빛처럼
무언가가, 혈관 속을 세차게 흐르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하기는
분명 어렵다
무언가가, 전부터
의식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었지만
더듬어 찾아보면 희미할 뿐이다
무언가가, 현실에는 없지만
나는 확신한다
독수리가 우리의 아버지라는 것
조상이 떠난 길이
하얀색이라는 것
무언가, 영원이 되었을지도 모를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
종일 서로 의지하고 선 산들이 보이고
나의 두 눈에 젖어든다
무언가, 나더러 인정하라 한다
만물이 영혼이 있고, 인간이 죽으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식한다는 것
무언가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족인으로서
세상에 살아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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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다.
“무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아. 무언가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
수많은 존재들 중에 같은 시공간에서 연이 닿아 있음이 기적과 같은 일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그 말의 깊은 뜻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한 눈빛만 보냈다. 어떤 직관, 무슨 깨달음에서 한 말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그가 말하려는 게 이 보이지 않는 파동이었을까? 무언가, 오래전부터 그러했고 혈관을 통해, 영원을 통해 사라지지 않고 흐르고 있는 파동. ‘보이지 않는 파동’ 이 말 마음에 든다. 파동은 이미 그러함에도 흐르고 움직이는 것이니 운명처럼 식상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고 무엇과 만나고 부딪히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를 또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리라. 고승이 질문하지 않으면 일러주지 않듯이 그도 물어보지 않았기에 말하지 않았으리라. 그의 깊은 영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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