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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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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3일 23시 59분 등록
무슨 생각에서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에 지원하게 되었을까.
처음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20장의 개인사를 작성해 내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
게다가 10포인트의 글자크기 지정과
포함될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지시.
촉박하게 여겨지는 기한.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의 난 좀 더 편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권씩 지정된 책을 읽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되지도 않는 독후감을 쓴다고 머리를 쥐어뜯지도 않았을 것이며
써본 적 없는 칼럼을 위해 ‘꺼리’에 목말라하며 고민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공고문을 보았을 때 그랬다.
‘우와, 이거 진짜 재미있겠는데?’
이런 생각을 한 덕에 지금의 난 좀 더 불편해졌다.
일주일에 한권씩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도 읽어야 하고
과거에는 한 번도 진지하게 써본 적 없는 독후감을 끄적거려야 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무언가 생각할 꺼리들을 찾아 머리를 굴려야 한다.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한없이 마음에 와 닿았었고,
정말 20여장을 써내는 괴짜들과 어울려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
또한 스스로도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자료요구자에 대한 호기심.

그렇게 질러 본 일이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난 너무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그 허덕임의 기저에는 철두철미한 게으름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나는 본질적으로 그다지 부지런하지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에 대해 포기할 줄을 모른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천력은 떨어지는데 포기를 모르니 1년 365일 계획을 짠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그리고 또 이건 요런 식으로 하자.
다음날이면 실행하지 못한 계획들은 고스란히 밀리게 된다.
그러면 그 계획들은 다시금 그 다음날의 계획으로 자리배치를 새로 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나의 목표들은 계속 자리배치를 새로 하는 것이다.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다짐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마감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나한테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적어도 마감이 있는 일은 다짐이 다짐에서 끝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발생한다.
게으름으로 인해서 늑장을 부리거나 충분히 살펴보지 않는 이유로
내가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힘들고 조바심에 쫓기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 코가 석자이다 보면 자연히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기가 어렵게 된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 조차도 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헤맬 수 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그런 듯하다.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시키는 일에 급급한 모습.
얼마 전에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한 글을 썼는데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덕에
자연스런 변화와 함께 주도적인 변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좀 더 능동적인 나가 필요하다.
IP *.62.10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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