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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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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22일 19시 12분 등록


어제 하루 포항의 보경사와
오어사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새벽에 도착할 거라고
각오했는데, 의외로 11시가 채 못돼
도착했습니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뒤라서
차들이 수해민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해선지 많이 나오지 않은
탓인가봐요.
지난번 루사 때에도
수해민들에게 미안하다고
강원도 지역에 가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이 더 어려움을 겪었다지요?
수해민에게 미안해도 가서 놀아주는게
도와주는 거래요.
어쨌든 우리사회가
함께 사는 훈훈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야기 888888888888888888888888888

직업이 안경사인 관계로 나는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많이 접하게 된다. 거만한 사람, 겸손한 사람, 부자인
사람 가난한 사람.....그렇게 여러 부류의 사람과 부대끼다 보면 그 중에서도 유달리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안경점에서 늘 안경을 맞추시는 아저씨가 있었다. 시장통에서 채소장사를 하는 아저씨와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2남 3녀의 자녀와 장모님까지 모시고 산다는 집안사정까지 훤히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아저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안경점에 들어오셨다.

머뭇머뭇 꺼내시는 얘기인즉 장모님 안경을 맞춰드려야 하는데 장모님이 가격이 비싸다고 한사코 안 맞추려고 하신다는 것이다. 어려운 빤한 사람인지라 아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아저씨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아내와 장모님이 부담 느끼지 않고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도록 아주 저렴한 가격인 것처럼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만 원을 내놓으며 아내와 장모님 앞에서 정가에서 오만 원을 뺀 가격을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러마 했고 며칠 후 올망졸망한 손주들과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할머니가 안경점에 오셨다. 할머니가 고른 안경은 정가가 십만 원꼴이었다. 아저씨와 미리 짠 대로 치면 오만 원이었지만 할머니 표정으론 그것도 비싸다며 놀라실 것 같아 나는 가격을 만 원이라고 말해버렸다.'경로우대 특별 서비스'라는 그럴듯한 거짓말까지 둘러대며...

할머니는 안경을 걸쳐 보시더니 가격도 싸고 좋다며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보셨다. 할머니의 흐뭇한 얼굴을 보니 내 마음까지 환히 밝아지는 듯 했다.

그때 아저씨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진열대 밑에서 불쑥 손자녀석이 고개를 내밀더니 꼬깃꼬깃 접은 천 원짜리 여섯 장을 내놓는 것이었다. 할머니 안경 해드리려고 동생이랑 모은 것이라며 수줍게 웃는 꼬마의 말에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눈자위가 점점 붉어지는 듯했다. 나는 그 만 원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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