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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8일 00시 17분 등록

이타카

 

콘스탄티노스 카바피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고한 감동이 깃들면

그것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 속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너의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커다란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 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도 없으니

페니키아의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너의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 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

여행 도중 전화가 왔다. 나영이 수영이도 같이 갔었는데 수영이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다가 알려주었다. '구본중'인가로 떴다. 순간 스승님을 찾는 전화라고 생각하고 받았는데 다른 사람을 찾았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여행 중이라 했더니 좋겠다고 했다. 문자를 남겨줄 테니 연락이 오거나 만나게 되면 알려달라고 했다. 잠시 날아온 문자에는 정확한 위치가 적혔있었는데 지금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절에 이름이 나왔던 것 같다.

 

스승님께서 앞장서 걸으셨다. 여러 명이 함께 했고 스승님은 작은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있었다. 뒷모습의 스승님은 모자를 쓰고 긴 바지를 입으셨다. 그 모습은 오십대로 보였으나 발걸음은 청년처럼 씩씩하게 느껴졌다. 어딘가를 도착해 그곳을 둘러보러 가는 느낌이었다.’

 

스승님 꿈을 꾸었다. 스승님은 10기 연구원 스페인여행에 함께 했나 보다. 그러실 줄 알았다.

스승님이 가시는 여행이라면 항상 함께 하겠노라고 마음먹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이타카로 향하던 스승님과의 여행이 최고였는데

오늘은 스승님께서 좋아하셨던 시를 들춰보았다. 운명처럼 여행하며 삶을 깨달았던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신 스승님을 다시 만나본다.  이 시를 낭송하시던 스승님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그 목소리, 힘있고 건장한 구릿빛 구본형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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