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196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8월 20일 16시 05분 등록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이재무

 

 

나무가 이파리 파랗게 뒤집는 것은

몸속 굽이치는 푸른 울음 때문이다

 

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은

몸속 일렁이는 푸른 불길 때문이다

 

평생을 붙박이로 서서

사는 나무라 해서 왜 감정이 없겠는가

이별과 만남 또, 꿈과 절망이 없겠는가

 

일구월심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틈틈이 그늘 짜는 나무

 

수천수만 리 밖 향한

간절함이 불러온 비와 바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저렇듯

자지러지게 이파리 뒤집고 가지 흔들어댄다

 

고목의 몸속에 생긴 구멍은

그러므로 나무의 그리움이 만든 것이다

 

 


-------

오래 전부터 나무는 왜 이파리를 쉴 새 없이 휘딱휘딱 뒤집는지 궁금했다. 바람이 사라져간 바람을 위하여 재단에 올릴 전을 부치는가 했었다.

 

저렇게 자지러지게 나뭇잎 뒤집는 건 그리운 것들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구나. 그리하여 고목이 되어 가는 거였구나. 내 마음 지금 저 이파리 같은데 나도 고목이 되려나? 사람도 뒤집히고 흔들리던 마음이 조각조각 모여 멋진 어른이 된다. 얼굴에 하나 둘 생기는 주름은 후천성 그리움.

 

지금도 수천수만 번 마음이 뒤집히는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나 보다. 내 마음속 소녀가 사춘기라 주름 하나 더 생길 것 같은 날들.






IP *.110.68.19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78 [영원의 시 한편] 사원의 문 앞에서 정야 2014.10.07 2010
3877 [영원의 시 한편] 사랑의 파문波紋 정야 2014.10.06 2389
3876 [버스안 시 한편]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정야 2014.09.30 2559
3875 [버스안 시 한편] 자리 짜는 늙은이에게 술 한잔을 나누고 정야 2014.09.27 2024
3874 [버스안 시 한편]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정야 2014.09.26 1925
3873 [버스안 시 한편] 부지깽이 정야 2014.09.25 1822
3872 [버스안 시 한편] 동백꽃을 줍다 정야 2014.09.24 2839
3871 [버스안 시 한편] 상사몽 相思夢 정야 2014.09.23 2543
3870 [버스안 시 한편] 흙 정야 2014.09.22 1836
3869 [버스안 시 한편] 희망은 한 마리 새 정야 2014.09.20 2053
3868 [버스안 시 한편]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정야 2014.09.19 3391
3867 [버스안 시 한편] 문득 [1] 정야 2014.09.18 2665
3866 [버스안 시 한편] 살다가 보면 정야 2014.09.18 3103
3865 이풍진세상에서 이수 2014.09.17 1732
3864 [버스안 시 한편] 늙어 가는 아내에게 [1] 정야 2014.09.16 2576
3863 [버스안 시 한편] 한마음 정야 2014.09.15 2060
3862 [버스안 시 한편]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정야 2014.09.13 4226
3861 [버스안 시 한편]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정야 2014.09.13 3652
3860 [버스안 시 한편] 보름달 정야 2014.09.11 2018
3859 [버스안 시 한편] 아버지의 그늘 [2] 정야 2014.09.0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