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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2일 18시 42분 등록


 

 

 

칼릴 지브란


 

….그리고 여러 신 중의 신께서

영혼을 지으시고 아름답게 하셨으니

새벽녘 부드러운 바람과 꽃들의 향내

달빛의 사랑스러움을 그 영혼에 불어넣으셨다네.

또한 즐거움의 잔을 주시면서 말하셨으니

과거를 잊으려거나 미래를 포기할 때가 아니면

이 잔을 마셔서는 안되다.”

그리고 슬픔의 잔도 주시며 이르셨네.

즐거움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잔을 마셔라.”

 

그리고 신께서는

만족함에서 나오는 탄식과는 구별되는 사랑과

오만한 말이 사라진 부드러움을 영혼에 더하셨네

진실의 길로 인도하시려고 하늘의 신호를 만드셨고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는 눈을 영혼 깊숙이 두시고,

여러 환영들과 움직이는 형상

그리고 강물처럼 흐르는 환상을

영혼 안에 창조하셨네

천사들이 무지개로 짜놓은 갈망의 옷을 입히셨고

더불어 방황의 어두움을 함께 두셨으니

그것은 빛의 그림자였다네

그리고 신께서는

분노의 대장간에서 가져온 불

무지의 사막에서 불어온 바람

이기심의 해변에서 모아온 모래

노년의 발 아래서 털어낸 먼지로써 사람을 지으셨네.

그 위에는 또한

격정에 사로잡혀 불길에 뛰어들기도 하고

욕망 아래 누워 있는 맹목적인 힘을 더하셨지

신께서는 죽음의 그림자와 같은 생명을

사람에게 주셨다네.

그리고 신 중의 신께서는 웃으셨고 또 우셨으며

끝도 한도 없는 사랑을 알았기에

사람과 그의 영혼을 하나로 모으셨다네

 

 

-----

신 중의 신이 먼저 만든 영혼은 사람의 어디에 깃든 걸까? 캠벨의 말을 조금 떠올려보면 영혼의 자리는 외면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가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외면의 세계는 바로 우리의 자리인데, 내면의 세계는 외면의 세계가 요구할 때 반영되는 세계라는 것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달빛의 사랑스러움을 가진 영혼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타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육체없이 떠도는 혼령이 사람의 몸을 얻기 위해 아흔아홉 개의 간을 빼먹고 그랬나 보다.

한 때 좋은 영혼을 갖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영혼만을 떠받들며 몸을 혹사시킨적이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시간이 갈수록 육체는 늙고 정신은 더욱 성숙하고 깊어져 결국 남는 건 영혼인 듯. 글로 남든 혼령으로 남든. 우리 안의 존재는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는 이것 이상으로 깊고 넓다는데, 또 다른 깊고 깊은 곳, 그 곳으로 갈지도.

나는 언제나 깊고 초연한 영혼을 갈망한다!!  에이, 지금부터 초연하면 삶이 재미없겠다.  지금이 아니라 77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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