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희라는 분이 제게 보낸 글인데 고운 글이라 본인의 허락을 받기 전에 이곳에 올립니다. 검도를 8 년간 한 무서운 분인데, 괜찮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러원 말아요
꽃잎이 지는 것을
그 향기 하늘 아래
끝없이 흐를텐데
아쉬워 말아요
지나간 바람을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를
마지막 그 순간은 또다시 시작인데

품위있는 목소리로 조동진이 부른 -다시 부르는 노래-의 가삿말입니다. 이미 아신다면 더 좋은 일이고 만약 아직 모르신다면 한번 들어보시면 좋을노래입니다. 전 요즘 길을 걸어가다가도 이 노래가 떠올라 몇 구절 부르면서 걸어갑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결혼하지 않은 아이 네 명을 두고 자궁암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으로 갈 때 모든 정리를 마치셨지요. 막내 이모를 집으로 불러 장롱 속의 이불 호청을 모두 갈고 신장 속의 오래 된 구두를 버리고 묵은 된장과 간장을 버리고 연탄 이백장을 사다 재어놓고 화단의 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하셨어요.

집밖의 큰 일들을 모두 마치고 나서는 오래된 편지들과 사진첩을 정리하셨어요. 아이 둘을 낳고 입대를 하신 아버지가 보내신 편지를 다시 읽으시며 오래오래 우셨지요. 드디어 입원하기 하루 전날 오빠를 불러앉히시고 당부하신 말씀은?

동생들을 보살펴달라.
좋은 사람을 구해 아버지를 재혼하시게 하라.
집에 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
일찍 결혼하여 집안에 여자가 머물게 하라.
그런 내용들이었지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퇴원하신 어머니는 그전의 어머니와 많아 달랐지요. 그 전의 어머니는 다정하신 아버지와는 달리 무적의 여장군처럼 생활하셨고 아주 엄격하셨지요.

그런데 수술 후에는 가끔 우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말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을 담은 눈길로 막내를 바라보기도 하시고 공부를 하고있는 아이들 방에 오셔서 "오늘 무슨 좋은 일 없었니?" 하고 묻기도 하셨지요.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살아돌아오셔서 그런지 행동에 별 변화가 없었지요. 늘 자기 일에 바쁘고 여자 만나느라 친구 만나느라 시험 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저는 요즘 역량을 넘는 일을 맡아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가 제가 없을 때 살며시 제 방에 들어와 혼자서 듣고계시던 조동진의 노래가 자꾸 떠오릅니다. 형편없이 노래진 얼굴로 혼자서 빙빙 돌아가는 음반을 보고 계셨지요. 한 손에는 걸레를 들고. 정말 어머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