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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6일 23시 59분 등록


 

주석 없이

    

 

유홍준

 


탱자나무 울타리를 돌 때

너는 전반부 없이 이해됐다

너는 주석 없이 이해됐다

내 온몸에 글자 같은 가시가 뻗쳤다

가시나무 울타리를 나는 맨몸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시 속에 살아도 즐거운 새처럼

경계를 무시하며

 

1초 만에 너를 모두 이해해버린 나를 이해해 다오

 

가시와 가시 사이

탱자꽃 필 때

 

나는 너를 이해하는데 1초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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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네 뒤뜰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다. 울타리 너머에는 우리가 놀이터처럼 놀던 낮은 무덤이 있었다.

탱자나무는 높지 않게 자랐지만 나뭇가지 사이가 얼마나 촘촘한지 빈틈이 없었다. 그 사이 사이에 대바늘처럼 길게 나온 가시는 더욱 근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귀신도 못 들어오게 하려고 탱자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했었다. 탁구공 같은 탱자가 노랗게 익으면 얼마나 그게 가지고 싶던지 가시의 두려움을 무릎 쓰고 손을 뻗었었다 


시인은 아마도 탱자나무 울타리 돌다 날카로운 탱자가시에 찔렸으리라. 가시에 찔리는 순간, 탱자나무를 단번에 이해했으리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가시와 가시를 지나는 아찔함 없이, 가시에 찔려 번뜩 정신을 차리는 일 없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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