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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0일 16시 05분 등록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이재무

 

 

나무가 이파리 파랗게 뒤집는 것은

몸속 굽이치는 푸른 울음 때문이다

 

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은

몸속 일렁이는 푸른 불길 때문이다

 

평생을 붙박이로 서서

사는 나무라 해서 왜 감정이 없겠는가

이별과 만남 또, 꿈과 절망이 없겠는가

 

일구월심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틈틈이 그늘 짜는 나무

 

수천수만 리 밖 향한

간절함이 불러온 비와 바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저렇듯

자지러지게 이파리 뒤집고 가지 흔들어댄다

 

고목의 몸속에 생긴 구멍은

그러므로 나무의 그리움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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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나무는 왜 이파리를 쉴 새 없이 휘딱휘딱 뒤집는지 궁금했다. 바람이 사라져간 바람을 위하여 재단에 올릴 전을 부치는가 했었다.

 

저렇게 자지러지게 나뭇잎 뒤집는 건 그리운 것들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구나. 그리하여 고목이 되어 가는 거였구나. 내 마음 지금 저 이파리 같은데 나도 고목이 되려나? 사람도 뒤집히고 흔들리던 마음이 조각조각 모여 멋진 어른이 된다. 얼굴에 하나 둘 생기는 주름은 후천성 그리움.

 

지금도 수천수만 번 마음이 뒤집히는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나 보다. 내 마음속 소녀가 사춘기라 주름 하나 더 생길 것 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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