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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1일 19시 17분 등록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칼릴 지브란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__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 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장을 듣는다네.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의,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7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

세상에 덩그러니 나와 두려웠던 이십 대, 일과 일상의 균형을 잡지 못해 지쳐가던 삼십 대,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나를 위로하고 마음을 잡아준 칼릴지브란. 얼룩지고 해진 시집 지금 꺼내 들어도 여전히 나를 위로해주네. 내 영혼의 주치의!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누군가를 만날 때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를 보라고

그리고 그들과 절친한 친구가 되라고.

그 날 이후로 내 안의 소녀를 알아봐주는 이와

만난다는 것은 신비한 기적이며

영혼의 기쁨임을 알게 되었네.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해주었네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지평선

그 지평선 위에 뜬 저녁 별*을 친구 삼으라고.  

때로 밝은 달 뒤로 말없이 숨고 먹구름에 사라져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음을 믿으라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친구로 삼고 싶다면

스스로 그러한 우주의 흐름을 따르라고

내 영혼은 알려주었네.

 

내 영혼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내가 지닌 빛은 빗방울이 만드는 별이며

비구름 사이로 비치는 붉은 하늘이며

밤의 노래를 잊게 하는 여명이라네.

 

*[내가 아는 그는]류시화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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