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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5일 17시 26분 등록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 오늘 그대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리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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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한 번 더 되뇌이는 이 한 마디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운주사의 풍경소리 울리던 바람도 이 녀석들이었겠구나. 아님 사촌이었던지.

 

바람의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치는 일은 없으리라.

바람은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하니까.

 

바람아,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일지라도 내 말도 좀 전해주렴.

나쁘다. 그리 가고 나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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