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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6일 17시 51분 등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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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나는 나타샤! 흰 당나귀도 좋아하는 이 밤을 나타샤가 싫어할 리 없지. 아니 올 리 없지!

 

아침에 방문을 열어젖히면 온 세상이 은빛, 눈이 부셨다. 밤새 푹푹 내린 눈은 마당도 도랑도 길도 밭도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좁은 산길은 오래전 사라지고 없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짐작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어야 했다. 이날만은 내가 앞서고 동생이 뒤따른다. 순백의 세상에 굽이굽이 길을 만들고 뒤돌아보면  오로지 나의 흔적, 밀려오던 그 희열이란!

 

어린 허벅지로 헤치며 다니던 그 눈길을 따라 나는 사랑하는 이와 나귀를 타고 산속으로 간다. 몇 번이고 간다. 그는 나귀와 앞서고 나는 나귀의 등에 타고 그 밤을 노래하며. 어디서 쉬면 좋을지 나 다 알고 있으니 남겨 온 술도 한 잔 곁들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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