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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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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일 06시 11분 등록
12월 시간분석

3월 26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 ‘함께 생각해 봐요’ 코너]에 아래의 글을 올렸다. 벌써 한 해가 마감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나는 나의 약속을 지켰는가? 과연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 가장 하고 싶은 일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흠뻑 시간을 쏟았는가?

[ 일상의 기록과 하루의 승리를 한 해의 목표로 삼았고 여기에 하나의 목표를 더해야겠다. 연구원으로의 활동이 그것이다. 자신을 다듬어 스스로를 빛나는 부의 원천으로 만드는·기간으로 준비할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하여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컨텐츠가 되려 하는 것이 2005년의 로드맵인 것이다.
첫째, 하루를 기록하여 시간을 관리-시간을 통제하는 것인지, 사람을 통제하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할 것이다. 하루를 분석함으로써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불필요한 시간을 멀리하고 자신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배정하는 일이다.
둘째, 자신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을 매일 하는 것이다. 내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기질과 관심 그리고 경험을 연결하여 나만의 직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러면 구선생님의 표현처럼 어디에 있던 먹고살고 자신을 빛낼 수 있다.
셋 째, 그러기 위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연구원 생활을 즐겨할 것이다. 매주 좋은 책을 한 권씩 읽고 정리할 것이며, 매주 작은 주제 하나에 대하여 주제칼럼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팀의 주제를 연구하여 성과를 낼 것이며 서로의 스승이 되어 유리병속의 속살처럼 우리의 과정을 모두에게 보여줄 것이다.
나의 로드맵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는 단호하고 엄격한 그가 있어 나를 채찍질할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 채찍질을 감내할 것이며 두렵고 떨리는 1년을 보낼 것이다. ]

이렇게 보내고자 했던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정말 나는 이렇게 살았던가? 그런가? 아닌가?

12월 한 달만은 그렇게 살았다. 변화된 하루를 즐길 수 있었고, 그런 하루는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시간을 내지 못하면 하고 싶은 욕망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다른 이들을 통째로 삼키고 싶었다. 그들을 통해 다시 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나의 하루를 공격했다. 생활을 바꾸지 못하면 나의 변화실험은 실패한다고 보았다. 하루를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고자 하였고, 하루를 쓰는 방법을 바꾸고자 하였다. 나의 하루 속에서 내손에 느껴지는 거친 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예전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단호하게 나의 하루를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즐거운 하루로 바꾸는 무자비한 전투를 벌였다. 한 달 내내 벌어진 이 작은 전투는 나의 승리로 끝났다. 밤새 치열한 백병전 끝에 망루에 깃발을 꽂는 감격, 부르르 떨리는 의식의 소리 없는 눈물들, 그래 할 수 있잖아.

먼저, 책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 전에는 한 번 보고 그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지금은 한 장을 읽으면 다시 그 장을 읽어본다. 더디더라도 2번을 읽고 정리할 때 더 늦더라도 행간의 의미를 찾아본다. 사색이 필요했다. 선비들이 읽고 나서 반드시 사색하는 습관을 들였다는 방식을 써 보았다. 베끼고 모방하고 다시 나만의 글로 토해내는 방식이 필요함을 배웠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방식이었다. 당연히 인내가 요구되었다.

꿈 프로그램을 다녀와서 작성했던 [나의 직업 나의 미래 version 2]를 작성하였다. 나의 미래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그 미래가 지금 나의 실수로 만들어 지지 못한다면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했다. 열 개의 풍광을 다시 정리하였고, 내년에 만들어 진 10개의 그림을 다시 확인하였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일-이미 이루어진 미래를 만들어가는-을 거부해야 할 권리는 당연히 없었다.

연구원 졸업의 기준인 책을 내는 밑그림을 그렸다 부쉈다 하기를 몇 번이었는지 모르겠다. 쓰고 싶은 내용이 서로 달라 결국은 순차적으로 쓰기로 하고 먼저 자신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기로 며칠 전에서야 마음먹었다. 연구원들의 충고와 조언이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나의 이룸은 이들이 곁에 있어 가능할 것이다.

작은 비즈니스에 대한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그 희미한 윤곽은 만들어졌고 원근감에 의한 색의 옅고 짙음과 칼라풀한 형태의 질감은 만들어 지고 있는 중이다. 가슴 떨리는 일, 나를 벌떡이게 하는 일, 행복한 내가 오직 나만의 삶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일, 이것을 통하여 전문가가 되는 일이 그것이다. 1년 동안 나의 작은 비즈니스를 만들고 키울 것이다. 나의 비즈니스는 이론이 아니다. 오랫동안 나를 통하여 실천되는 것이다. 생활이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품질기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일로 인하여 12월은 행복할 수 있었다.

11월 시간분석을 마감하면서 이런 글로 마무리하였다. 거듭 밝히는 바지만 이런 류의 글이 가지는 자아도취적 현상으로 인하여 ‘잘난 체 하는 구역질 같은’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 나의 고백은 부족한 나를 세상 속으로 투명한 유리알처럼 그 속살을 드러내 많은 창조적 부적응자들에게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싶은 것이니까······.

[ 12월 시간분석 작업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언급할 생각이지만 이 작업을 통해서 내게 느끼는 점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시간활용도를 알 수 있어 나의 한 달을 부감(위에서 촬영하는 방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가 조직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런 과정이 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 또 한 달 지나 어느 덧 날마다 반복되는 습관적 맹목성을 공격하여 꿈을 현실로 불러들여 나의 강점과 연결하는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12월은 총 176시간이 목표시간으로 배정되었다. 하루 8시간, 22일(주 5일 기준)을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과 배우는 것에다 각각 2시간씩 한 달 동안 44시간을 배정하였다. 책 읽는 시간 46시간, 글 쓰는 시간 37.5시간(도서 정리까지 포함한 시간임), 배우는 데 52시간, 운동에 44.5시간이 사용되었다. 도합 180시간, 목표시간보다 4시간을 초과하였다. 11월에 비하면 시간적인 면에서 절대적으로 앞선다. 그렇다고 이것이 질적인 수준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솔직히 아니다. 그렇지만 꿈은 꿈을 이루고자 투여한 시간의 양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스승께서 말하셨다. 나는 그 시간의 법칙을 믿는다. 어쨌던 12월의 시간활용은 시간기록을 시작한 이래 최초로 내가 정한 시간을 달성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루를 혁명적으로 바꾼 결과였다. 미래의 관점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작업은 이미 내가 이룬 미래를 믿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나의 시간기록은 미래를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지금을 헛되이 보낼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어느 날 무엇을 했는지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며칠이 지나도 매 시간마다 무엇을 했는지가 기억날 때가 많다. 난 하루를 30분 단위로 기록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통째 쓰여지는 시간은 그냥 그 일이 다 쓰인 후에 기록하기도 하였다. 중간 중간 생각 없이 지나가 버린 시간은 그냥 버리기도 하였다. 중반 두 달은 빼먹기도 하였다. 부끄러웠다.

마라톤을 뛸 때 하프까지는 누구나 잘 달린다. 30km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달린다. 그냥 달리는 것이다. 아마추어들은 더 그렇다. 그냥 걷고 싶고, 구급차가 보이면 그냥 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달리면서 나를 달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골인점이 보인다. 시간관리도 그런 면과 비슷하다. 매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겹고 답답한가?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것을 기록하고 정리해야 할 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지겹고 답답하겠는가. 또한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빛나는 미래가 지금 나의 잘못으로 엉클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2006년도 시간기록은 계속할 것이다. 방식은 조금씩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최근의 모습에서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혁명과 기업변화에 대한 조그마한 실험이 병행되는 시간관리방법은 새로운 1년의 진통이 끝날 무렵 작지만 생활이자 실천적인 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되려나. 변화경영론과 시간경영론의 접목. 기대해 보자. 이런 방식에 프랭클린 플래너(특정 업체를 홍보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 중 제일 작은 사이즈로 남성이나 여성들 지갑만한 크기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내 방식에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리 중에서는 그중 나은 편이다.

난 오늘 새벽에 눈을 떴다. 12시에 치는 재야의 종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새 해 아침 새벽을 가슴 벅차게 받아들였다. 평상시 하던 것처럼 2006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음미하고 새기고 다시 생각하는 하루를 즐길 것이다.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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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재
2006.01.02 03:19:22 *.225.240.58
대단하십니다. 시간은 사람마다 가치가 다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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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6.01.02 06:06:08 *.118.67.206
아니, 몽실이 건재님!
미국에 계시자나요?
새해 복 마니 바드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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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6.01.03 05:39:01 *.190.84.149
박사장님 시간분석 잘 보았습니다.
이렇게 살 수있는 분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천천히 음미하고 새기고 다시 생각하는 하루 멋져요.
늘 좋은 일만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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