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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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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일 22시 10분 등록

[마쵸(macho)에 눌린 아니마(anima) ]

형액형에 따른 성격분류에 따르면 A형은 소심한 성격이라고 한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혈액형에 의한 성격분류만큼 근거없는 얘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희한하게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소심하다'라는 얘기에 발끈한다.
아마 이 글에서 '소심하다'라는 단어를 보고 움찔하는 남자가 소위 말하는 '소심남'일 수도 있겠다.

이런 얘기에 남자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소심한' 성격이 남자들의 기질과는 다르다고 생각 하기 때문인 듯하다.
소심함은 여성성이라고 생각하는가보다.

사회 통념상 남성의 특성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주로 남성들은 대범하고, 용감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쉽게 덤비는 기질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남성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며, 한 사람의 행동에 있어서 그러한 남성성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만도 아니다.

칼 융(Carl Jung)에 의하면 남성 안에 숨어있는 무의식의 여성성을 아니마라고 칭한다. 아니마는 주로 부드러움, 유연함, 섬세함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아니마는 '나'의 통제를 받는다기 보다 고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내적인격'의 통제를 받는다.

쉽게 얘기하면, 나도 모른채 잠재되어 있는 여성적 특성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것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밖으로 표출되는 정도가 다르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성에게도 자기가 모르는 (혹은 알 수도 있는) 여성성이 있다는 얘기인데,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아니마의 일종이 밖으로 표출되려할 때 소심함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 잠재력을 속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죽지 마라 소심함은 약점이 아니다]

모든 사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은 항상 공존한다.

'소심하다'는 단어는 분명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행동유형을 설명하는 '세심하다'라는 말은 분명히 긍정적인 표현이다.

혹자는 그 두 가지를 다른 의미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둘은 동일한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표현이며, 화자에 의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의미부여가 된 것 뿐이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다면 몇가지 예시를 같이 보자.

회전문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안다)
빠르게 회전하는 문에 끼일까봐 두려워 하는 소심한 모습인 동시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세심한 행동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를 두려워 하여 안전운전을 하는 사례나, 사고 발생이 있는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으려하는 등의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직장 동료들과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을까 일일이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자기 주관이 없는 소심한 모습이라고 자책하는가?
아니다. 사람들의 식성을 고려한 세심한 행동이다.

해야할 일을 잊을까봐 하나하나 메모를 해두는 사람이 있다.
남자가 쪼잔하게 그런 것을 적느냐는 비난이 두려운가?
정해진 시간에 해야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기 위한 세심한 자기 배려라고 생각하라.

지인들로부터 소중한 물건이나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아주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돈에 집착하는 구두쇠 노랭이로만 비춰질까 걱정되는가?
돈도 잃고 친구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보려는 세심함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이 외에도 소심의 범주로 포함되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심한 행동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러한 세심함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남성들은 갖추지 못한 '여성적' 코드를 부여받은 것으로서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리고 그 장점을 남성이 갖추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소심한 행동에 따르는 나쁜 점도 많이 있다.

불필요한 시간낭비도 많을 것이고, 지나친 걱정을 통한 정신적 소모도 만만찮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 같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단점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약점은 보완하여 채워주고, 강점은 북돋아 강화하면 될 일이다.


[여성성의 특징]

자신에게 세심함의 강점이 있다면 혹시 아래에 나오는 몇가지 특성이 더 있는지도 알아보라.

첫째, 당신은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말로만 하는 의사소통은 가장 1차적인 의사소통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아챌 수 있는 능력, 아니면 말 뒤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당신은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더 좋은 의견에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당신은 상하가 분명한 수직적 인간관계를 맺기보다 사람대 사람의 수평적 인간관계를 선호하며,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는가?

구본형 선생님이 쓴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에서는 위와 같은 몇가지 여성성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여성성이 앞으로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아주 강력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에 당신이 이러한 여성성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정말로 축복할만한 일이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싸여 자신만의 소중한 아니마를 억압하지 말라.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자신다운 것이며, 가장 자신다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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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성격에 대해 고민이 많던 어린시절을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가기 마련이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주변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미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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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03 07:21:44 *.118.67.206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이 우매한 남성성의 단적인 예죠.
무지한 남자가 세상을 이렇게 폭력적이고 단순하게 만들어 가는데...
섬세한 아니마가 세상을 살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타고난 글솜씨도 아니마의 영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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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1.05 12:35:42 *.51.72.25
나. 소심남 <= 아줌마들과 수다떠는 게 재미있음...
여성성이 삶을 재미있고 실속있게 만드는 좋은 속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좋은 강점이 경빈이라는 이름에 벌써 담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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