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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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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6일 19시 39분 등록


얼마전에 TV채널을 돌리는데 가수 이효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새 앨범이 나온 것 같았다. 잔뜩 성장을 한 이효리의 대답이 이러했다.
“무조건 벗는다고 섹시한 것이 아니예요. 생명에의 에너지가 섹시의 원천이지요.”


정황으로 보아, 섹시 아이콘의 정상으로서 후발주자들과 차별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같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작가가 써 준 대본이 아니라면 제법이다 싶었다.자기 자신과 대중의 심리를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화장을 별로 하지않고 쟁반노래방 같은데 앉아있는 이효리는 평범해 보인다. 그만한 용모의 연예인은 흔하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제대로 무대의상 차려입고 춤추는 이효리에게서는 분명 남다른 기운이 뻗쳐나온다. 그녀만의 생동감, 에너지가 다른 연예인과 차별화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글 쓰는 사람 중에 에너지가 뻗쳐나오는 사람으로는 누가 있을까. 언뜻 생각해봐도 한비야가 최고일 것 같다. 10년 전, 그녀의 출발부터가 에너지의 소산이었다. 혼자 지구 곳곳을 걸어서 누빈 여행기 ‘바람의 딸 한비야,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으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 뒤에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고정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문장이 수려하다는 이유로 한비야의 책을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건강한 실천력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그녀로 하여금 독자들이 닮고싶은 역할모델이 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의 인물 중 최고의 에너지 원천은 2기 연구원 김귀자일 것이다. 며칠전 귀자가 우리 동네에 왔길래 잠깐 만났다. 도보여행중이라고 하지만, 신세대답게 두 개의 목걸이와 두 개의 팔찌를 기본으로, 핸드폰과 MP3와 작은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배낭을 멘 귀자는 늘씬한 키와 맞물려 여전사 같았다.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식이 빛났다. 마냥 싱그러운 젊음이었다.


사실 그 날 귀자가 나를 만난 후에 가려고 하는 길은, 20년 전에 내가 걸어갔던 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귀자에게 하지 않았다. 20년 동안 별로 내세울만한 경험을 하지 못했으므로, 섣부른 정보를 주는 것을 피한 것이다. 사실 그후로 세월도 많이 흘렀으므로 귀자 스스로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효리와 귀자의 에너지가 젊음에서 나오고, 한비야의 에너지가 실행력에서 나온다면, 나의 에너지는 단연코 절박함에서 나온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고, 실수를 할 시간조차 없다는 사실 앞에 망연자실한다. 보통은 내 나이를 잊고 산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사회에 몸담아본 적이 없이 제멋대로 자영업을 해온데다, 늘 혼자 노는 편이라 현실적인 연령역할놀이에 세뇌당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출발이 늦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초조하다.


1기 연구원 문요한은, 후발주자의 전략은 단연코 ‘나 아닌 것’에 대한 단념(斷念)과 ‘나의 것’에 대한 전념(專念)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후발주자의 강력한 전략은 추격이 아니라 몰입이라고도 한다. 몰입이야말로 시간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수록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날마다 비전의 칼을 갈아라!


스스로 자기 욕망의 주인인 자만이 자기 세계를 갖는 것이다. 욕망의 에너지여 뻗쳐라.
IP *.81.1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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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11.06 21:40:36 *.140.145.80
'나 아닌 것'에 대한 단념과 '나의 것'에 대한 전념.. 추격이 아니라 몰입.. 멋지고 의미있는 표현이군요.. 한명석님의 언급처럼 '귀자'는 건강한 실천력과 네버엔딩 지적탐험을 즐기는 해맑은 미소를 지닌 흔치 않은 전사지요.. 그런 에너지를 잡아채고 자근자근 알려주시는 님도 역시 고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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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1.07 12:50:45 *.55.55.76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한명석님 한번 뵙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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