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176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4년 8월 6일 09시 57분 등록


비밀이 사랑을 낳는다

이재무

 

더 이상 비밀이 없는 삶은 누추하고

누추하여라 사랑하는 이여, 그러니

내가 밟아온 저 비린 사연을 다 읽지는

말아다오 들출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

나는 안다 내 생을 그대 호기심 많은

눈이 다녀갈수록 사랑이 내게서 멀어져간다는

것을, 오월의 금빛 햇살 속에서

찬연한 꽃 한 송이의 자랑을 자랑으로만

보아다오 절정을 위해 온 생을 앓아온

꽃의 어제에 더 관심이 많은 그대여,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아직 우리에게 비밀이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살기 위해

소리 없는 처절한 절규를 쉬지 못한다

생의 이면이 늘 궁금한 그대여,

그 어떤 갈애가 그대의 잠을

앗는 날은 어둠이 실비처럼 내리는

여름의 서늘한 숲 속에서 한 마리 새의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걸어가보아라

그대는, 그대가 만들어내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크게 놀라 두리번거릴 것이다

숲은 파고들수록 외경과 비의로 가득 차고

그대는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의 존엄과

두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생이 비루하지 않고 신성한

선물이라는 것을 보고 온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내가 그대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토록 간절했으나 여직 그대의 생에

내 기다림의 손이 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 보아라, 생의 비밀이 사라진 뒤

지상의 거리에 넘쳐나는 그 무수한

추문과 널브러진 사랑의 시체를

 

 

---------------

경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펼쳐본 시집에서 들어온 시다. , 들켰다. 꺼냈다 넣었다 하던 천 년 전 비밀을 가만히 간직하라고 한다.

 비밀은 왜 이리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는가.  비밀스럽지 않은 비밀이면서.

 

 

비 오는 달밤

 

 

깊은 새벽에 도착한 나를

경주는 대합실에 재워주었다

 

고분 앞에 숙소를 정할 때도 몰랐다

그곳이 그 곳인지를

 

어둠도 내리고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받쳐들고 나가니 그곳에 그가 서있었다

반갑고 어줍고

 

두 개의 우산을 하나로 걸었다

그도 그곳을 알아보는 듯 했다

천년 전 그때도 그랬던 것 같다

반갑고 어줍고

 

오래된 무덤은 두렵지 않게 높았고

만만하지 않게 위엄을 가졌다.

맞아 이곳이었어 신기하다 여기서 만나다니 여기서 묵다니

크고 작고 높고 낮은 무덤 사이를 거닐 때 비는 여전히 내리고

가로등 불빛이 달빛인양 무덤을 감싸 안을 때 우린 여전히

반갑고 어줍고

 

빗방울 머금은 잔디가 발가락을 간질이고

비 머금은 바람 살결 스칠 때

우산 밖으로 뛰쳐나가 강아지처럼 뛰라고 마음은 요동쳤지만

그의 곁을 선택했다

우산 덕분이다

아득한 예전 그때도 그랬다

어줍고 아련하고

 

비 오는 달밤

잿빛 구름 흘러가고

거미는 부지런히 은빛 거미줄을 하늘에 걸고 있었다

그는 거미줄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남겨진 나 여전히

어줍고 아련하고

 

 

IP *.232.42.103

프로필 이미지
2014.08.09 07:43:08 *.10.141.91

언제가 가을 소풍..

 

사부님은 "시처럼 살고 싶다"고 하셨지.

그러자 한 꿈 벗이 물었어

시처럼 사는게 뭔가요?

사부님이 대답하셨지..

나도 몰라...

 

나도 몰라..

너는 아니?

 

프로필 이미지
2014.08.09 12:34:27 *.211.65.190

시처럼 산다는 것?

 '나도 몰라'를 이해 하는 것^^


시처럼 사는 것?

내가 스승님의 말씀에 깨친 바에 의하면

공부하지 않는 것


캠벨씨 말씀으로 깨친 바에 의하면

생물학적 원형에 서는 것

은유를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삶이 시같고 우리는 바로 이 시에 참가하는 것

시는 언어로 된 것이 아니고 행위와 모험으로 이루어진 거래.


이게 지금까지 내가 이해한 '나도 몰라'야.




프로필 이미지
2014.08.21 09:19:28 *.232.42.103

시처럼 산다는 것?

"나도 몰라"를 자주 말하며 사는 것.

"나도 몰라,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이건 신의 짓이야."라고  깜놀하며 , 그런 깜놀로 가득찬 삶.


스승님 맞죠? 제가 알아낸거죠?

이렇게 쉽게 말씀하시지..둔한 제자 끙끙거렸잖아요~

웃지만 말고 대답하셔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