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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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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7일 12시 53분 등록


바람의 집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바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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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 생기다 만 냥 잔병치레가 잦은 나는 엄마의 걱정거리였다. 호롱불이 일렁이며 천장으로 오르는 밤이면 동생보다 더 엄마 곁은 내 차지였다. 나는 파리한 눈으로 엉성히 닫힌 방문을 바라보곤 했다. 한지방문에는 달빛이 있었고 처마끝 그림자가 드리웠고 풀벌레 소리가 있었다. 아랫마을 가신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도 있었다. 겨울 밤이면, 윗목에서 호강하는 고구마를 꺼내 두텁게 깎아 먹었다. 단단한 단맛과 약간의 텁텁한 생고구마 맛, 그립다. 딸은 엄마처럼 굴고 딸의 딸은 또 엄마를 간직한다. 엄마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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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07:38:00 *.10.141.91

참 좋구나..

좋은 것을 어떻게 하면 오늘날에 가져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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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14:05:38 *.211.65.190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나같은 엄마가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까 생각하게 돼

지금의 내 모습이지

두려워

내 꽁무니를 돌아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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