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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 11시 48분 등록

 소통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유달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몇몇 친구가 떠오른다. 삶 속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같아 몇 번 만났을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토픽에 대해 쉬지 않고 이야기 했던 시간은 아주 즐겁고 편안했다. 나는 이 좋은 친구들로부터 자기 삶에 책임을 지고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똑바로 쉬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아주 좋은 기본 자세이며, 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동기로 자신을 자제하고 모든 노력과 열정을 한 군데에 쏟아 붓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친구들도 나에게서 어떤 통함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민이 생겼을 때도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그건 아주 별 것 아닌 게 되어버렸다. 나는 그게 참 신기하면서도 좋은 친구를 곁에 둘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갖는 것은 대단히 운이 좋아야만 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경우 대화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순간적이며 갇힌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내향적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 거기에 완전히 휩쓸려 방전되는 기질인 것이 큰 요소였을 것이다. 거기다 요즘엔 틈만 나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두꺼운 책들만 읽어대고 있으니 점점 더 많은 친구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거나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친구가 적은 편이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쳐내는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네 집에 놀러와 괴테에게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그의 식탁이 나는 부러웠다. 그리고 대화를 소통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준비운동을 뽑아보았다.

 그 첫 번째는 사람을 좋고 싫음으로 나누지 않는 것이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상대가 나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면 그 사람을 나와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러다 뒤늦게 그 사람의 장점과 사랑스러운 면들을 발견하고는 진작 친해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여줄 수 있을 만큼 넓은 마음은 못 되지만 최소한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사람만큼은 기회를 한 번 주어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처음의 기대치를 조금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처음부터 의욕적으로 관계에 욕심내지 않고 시작했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 영어 학원에서 만나서 아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는 그룹이 있다. 그래서 엄마가 오늘은 누구 만나니?”라고 물어보았을 때, “친구들이요.” “무슨 친구?” “, , 영어 학원 예전에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요.”라고 말하면 우리가 만난 계기가 실제 우리의 우정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주변에 있었던 일 얘기하고 그러면 굳이 같은 동네를 살았다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친구의 진가는 오래될수록 알 수 있다. 온갖 재료를 넣고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배어 나오는 매운탕 같은 관계다. 그에 반해 먼저 친해지자고 조르며 단시간에 빨리 친해져야 했던 사람들과는 관계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상하게 시간이 났을 때 그런 사람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관계가 생기면 자연스레 와해되었다.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간을 조금씩 보내며 서로를 조금씩 길들이는 것이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두는 가장 빠른 방법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잘 들어주고, 내 속내를 진정성 있게 털어놓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는 것은 아주 유명한 명언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상대의 말을 아무 대가 없이 가만히 들어주는 것을 잘 못한다.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가 쉴 새 없이 숫자들을 눌러대는 통에 고민을 들으면 한 마디 충고해주고 싶고, 내가 좀 들어줬으면 그만큼 내 고민도 말하고 싶다. 그런데도 나는 잘 들어라라는 이 금언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면 내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 편이다. 그러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아쉬운 마음에 부랴부랴 이야기를 꺼내기 일쑤다.


그러다 작년부터 엄마랑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서로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다 보니 엄마랑 나의 비밀을 공유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또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엄마에게 있었던 일을 말로 전하려고 정리를 하다 보니, 기분 나쁘게 생각했던 일에 너무 진지하게 반응했던 거라는 사실도 많이 보였다. 그러니까 만약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대화를 통해 나를 비춰보고 싶다면, 나도 진짜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상대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라.


어떤 사람과도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건 아직 수양이 더 필요한 이야기일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인복과 사람을 주변에 두는 운을 조금이라도 상승시킬 수 있는 지침들이 마음 속에 있으면 나도 여러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더욱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IP *.5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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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2:13:26 *.104.9.186

거울 보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괴테의 식탁이 많이 부럽고 궁금했습니다.

그의 명성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인데...하면서 말이죠.

요즘은 함께 밥 먹는 것 조차 쉬운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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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3:53:12 *.196.54.42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상대가 나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면 그 사람을 나와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나쁜 버릇이 있다그러다 뒤늦게 그 사람의 장점과 사랑스러운 면들을 발견하고는 진작 친해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여줄 수 있을 만큼 넓은 마음은 못 되지만 최소한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사람만큼은 기회를 한 번 주어보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데 30초면 족하다는군요, 여자는 직관이 더욱 발달되어 있으니 10초면 족하겠죠?

이렇게 한번 찍힌 첫인상은 참 오래 간답니다. 저도 이 고질적인 병을 고치는게 참으로 힘듭니다. 일생의 숙제임다 ㅎㅎ

한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최고로 기분좋은 상태로 만든 후에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


헤언님 글은 언제봐도 하나의 초점를 향해 질서정연하게 달려갑니다, 수많은 강물이 바다로 모여 흐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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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8:25:04 *.219.222.16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상대가 나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면 그 사람을 나와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나쁜 버릇이 있다....

만약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대화를 통해 나를 비춰보고 싶다면, 나도 진짜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아라그리고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상대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프레임 중에 하나라고 하죠. 한 번 보면 다 알것같은 것.

사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도 잘 몰라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말이죠.

해언님은 스스로 좋은 해답을 얻으셨네요. 진실만한 큰 힘은 없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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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19:13:58 *.62.162.24
상처줄까 염려되어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 배려는 관계단절의 원인이라지요.

속과 겉이 같은 저는 속을 아름답게 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데 잘 안되요^^

괴테의 식탁이 부러웠는데 해언님이라면 풍성한 식탁 잘 차리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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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1:25:40 *.177.80.32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에너지를 뺏겨 버리는 내향형이라...저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듣는 사람이 되었죠..

나이가 들어가니 또 달라지긴 하지만^^...저도 괴테의 식탁이 참 놀라웠죠..

우리 모두 식탁에서 만났으면 참 좋겠네요..봄날의 식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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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2:58:30 *.94.41.89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 감사합니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겠죠?

 

풍성한 식탁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땃해지는 거 같아요.  저 또한 괴테가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보면서 부럽더라구요.

해언님 글을 읽으며 10기 여러분들과도 풍성한 식탁을 함께하는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보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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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8:06:23 *.94.41.89

"나도 여러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더욱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

 

같이 밥먹는게 좋은 건가 봅니다.

회사에서도 다른 부서  사람들하고 밥먹자고 하면 다들 좋아하지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부서간 벽을 허물고 사람으로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더 좋아졌던 기억이 많습니다.

 

그 동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드러운 글에 은은한 향이 더해진 듯하였습니다.

좋은 글 같이 읽을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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