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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2일 19시 26분 등록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인문학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김종호 칼럼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인문학이란, 재미있는 소설이나 영감을 주는 시, 아니면 흥미 있는 역사이야기, 한 번쯤 들어봤던 삶의 지침이 되는 철학자가 남긴 말이나 신화 이야기 같은 고전들을 통칭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어 옥편을 들여다 보았다. 글월 문() 자가 이나 무늬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인문학(人文學) 이라 함은 사람의 결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해석이 된다. ‘사람의 결이라? 나무의 나이테 같은 결이 사람에게도 있다면 이 건 단순히 지문 같은 것을 말하기 보다는 마음의 결같은 정신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 이리라.

그러면 사람의 마음의 결이 흐르는 물결의 무늬는 천태만상일 터이지만, 강물이 종국에 바다에 이르듯 사람의 마음의 결이 지향하는 종착역은 어디일까? 변화무쌍한 마음의 결이 흘러가는 도정이 인간의 삶일진대, 이 삶 속에서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인간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에 봉착하게 한다. 결국 인문학이란 독자적이고 유일한 인간에 어울리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학문이란 말이 된다.

 

인문학은 나에게 묻고 있다. 그대는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사나,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그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사나,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그대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사나,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한 때 인문학의 위기가 한창 거론될 때, 내로라하는 인문학자들이 모여 서울역전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연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먹고 자는 것도 해결 못하는 사람들에게, 웬 인문학 타령인가인문학이 밥 먹여 주나? 그들이 인문학을 들을 마음이나 소양이 있겠는가?” 그러나 항간의 예상을 뒤엎고 이 인문학강좌는 성황을 이루었다. 인문학 강좌를 듣고 변화되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매스컴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도대체 밥 먹여 주지도 않는인문학의 무엇이 이러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 내었을까?

 

사람이 살아 가는데 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밥만으로 살 수 있으리오! 밥 이상의 그 무엇, ‘의미가 필요하다.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해 노숙자가 되어 닥치는 대로 삶을 낭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밥보다 더 절박한 것이 의미가 아니겠는가? 물론 인문학은 당장의 밥 같은 절박한 생계문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삶의 의미라는 세상살이의 기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밥 타령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인문학을 통해 어떤 태도와 자세로 밥을 벌 것인지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는 있다. 당장의 밥벌이에 매여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일벌의 일상에 쉼표를 찍고, 왜 일하는가? 같은 의문을 품고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인문학이란 말이다.

 

나에게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이 있다. 녀석이 학교에서 아빠와 친한 사람 손들라 해서 손을 들었더니 자기 혼자 밖에 없어 뻘쭘했다고 하며 용돈을 달란다. 이 녀석은 스케줄이 나보다 더 빡빡하다. 학원을 뺑뺑이 돌다 내가 잠든 밤 10시를 넘겨 집에 들어오는 게 다반사니 녀석의 얼굴을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나의 미래인 아들이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모습이 서글프다. 아비로서 그의 인생을 위해 도와줄 최선의 방책으로 인문학 책들을 읽히기로 했다. 다산이 아들들에게 독서를 권유하듯 곡진한 마음으로 책을 엄선하여 녀석에게 읽기를 권유했다. 그런데 녀석은 대학입시 공부할 것만도 태산인데 왜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물었다.

그때 내가 아들과 했던 대화이다.

너의 꿈이 무엇이냐?”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꿈이 없으면 바람 따라 일렁이는 부평초와 같다. 목표물 없이 쏜 화살과 다름없다. 대학입시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무 대학, 아무 과나 지원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러므로 네 꿈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이 책들은 네 꿈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수천 년 역사 속의 선인들이 세상을 살면서 남긴 삶의 지혜가 여기 다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대학입시에 논술과목이 있지, 그게 왜 있을까?” “글세요생각 좀 하고 살라고 들어 있겠죠?”

아쮸, 제법인데! 네가 너의 인생의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너만의 생각의 틀, 즉 생각하는 방식이 필요한데, 그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논술인 셈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문학 책 독서만한 게 없지. 이 책들을 읽으면 논술 능력은 덤으로 얻게 되니 꿩 먹고 알 먹기가 따로 없겠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친위대의 중령으로 약 6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란 자가 있었어. 그에 대한 책을 쓴 한 저자는 그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가 악마처럼 생겼으리라 상상했지만, 만나보니 그는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더래. 그가 재판 중에 한 말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죽일 의사도 없었고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일을 했을 뿐이다.’ 라고 했지. 얼마나 위험한 말이냐? 이에 대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악이란 모든 평범한 사람들,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에 무능력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했어. 그러니까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아이히만처럼 될 수도 있는 거란다. 그러니 인문학 책이 얼마나 중요하냐?”

 

네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어떤 능력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니?”   “창의력이요.”

 

빙고! 창의력, 상상력, 통찰력 같은 마음의 힘이지. 창의력이란 우리 삶에 유용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사고활동으로, 특히 서로 달라서 전혀 연결이 안될 것 같은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란다. 가령, 펜과 잉크를 연결하여 만년필을 만들어 냈다면 이러한 능력이 창의력이란 거야.”

또 상상력이란 꿈꾸는 능력이라 말할 수 있겠다. 네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그림 그리듯 마음에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라이트 형제가 사람도 새처럼 나를 수 없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마음에 품지 않았다면 비행기가 나왔을까? 비행기란 그들의 상상력의 산물인 셈이지.”

끝으로 통찰력이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야. 공중에서 찍은 조감도와 같은 것이지. 네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길을 찾을 때, 이런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단다.”

 

네가 인문학 독서를 하면 이러한 창의력, 상상력,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말이지. ‘애플의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되어 우리의 심장이 노래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보라. 네가 감탄해 마지않는 아이폰도 인문학의 산물이란다.  인문적 통찰의 힘, 그것은 바로 네 미래 생존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이래도 이 인문학 책들을 읽지 않을 거냐?”

“……………”

IP *.7.1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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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21:37:29 *.36.141.163
글의 첫 문단을 읽었을 때 고슴도치같은 마음의 결이 가시를 내리는 것이 느껴졌어요. 사람의 결. 고운 결.
무명 같은. 비단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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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24:06 *.196.54.42

해언님은 "푸르고 고운" 마음의 결을 유산으로 받으셨잖아요?

거기다 굳세고 강한 결도 곁들이신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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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3 16:41:46 *.217.6.115

도란 도란. 부자간의 대화가 새록 마음의 정을 돋게 하네요.

레이스도 이제 종반전으로 접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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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29:52 *.196.54.42

감사합니다. 서원님!

님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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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09:06:59 *.94.41.89

"‘사람의 결이라? 나무의 나이테 같은 결이 사람에게도 있다면 이 건 단순히 지문 같은 것을 말하기 보다는 마음의 결같은 정신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 이리라. "

"도대체 밥 먹여 주지도 않는인문학의 무엇이 이러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 내었을까? "

"당장의 밥벌이에 매여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일벌의 일상에 쉼표를 찍고, 왜 일하는가? 같은 의문을 품고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인문학이란 말이다."

이래도 이 인문학 책들을 읽지 않을 거냐?”

“……………”

 

마음의 결이라 말씀이 아주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는 공학자로서 인문학이 쉽지는 않습니다. 머리도 이제 말랑말랑하지도 않구말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 피워 놓은 듯 따스함을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하십시요!

 

마지막의 "..........."이 어쩌면 인문학의 현주소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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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33:15 *.196.54.42

우와! 황감하게도 왠 댓글을 칼럼 쓰듯 하시나요?

하여튼 무지 감사!

마지막 레이스가 이거 쥐약이네요 ㅎㅎ 1140페이지 임다. 무지 지겹기도하고....

어찌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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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8:58:03 *.94.164.18

 변화무쌍한 마음의 결이 흘러가는 도정이 인간의 삶일진대,

이 삶 속에서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밥 이상의 그 무엇, ‘의미가 필요하다.

 

밥 이상의 그 무엇을 벌써 아들에게 주셨군요.

'창의력'이라고 대답한 아들이 기특하네요.

아들과 대화하는  즐거움이 느껴져 좋고,

"교육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4주차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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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9:43:30 *.196.54.42

왕참치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밥만 먹고 살아와서리 굶는 연습도 좀 해야겠어요 정신의 성장을 위하여 말이죠.

님도 4주차도 신나게 주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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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32:43 *.113.77.122

아버지와 아들이 이런 멋진 대화를 하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부자간의 관계가 너무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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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9:47:51 *.196.54.42

아들이랑 함께 자전거 타다가 친하게 되었죠.

고마와요 멋지게 봐주시니.

찰나님도 4주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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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8:54:45 *.124.98.251

아버지의 마음의 결이 참 좋네요..그 마음의 결따라 아들도 따라 가겠지요..

마음의 결을 읽는 저도 마음의 결을 더욱 견고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늘 이렇게 레이스를 이끌어 주시니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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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9:53:41 *.196.54.42

마음의결 다듬기는 이 레이스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끝없는 자기성찰을 요구하네요.

좋은 말씀 주시니 더욱 고맙고 힘이납니다.

에움길님도 마지막 레이스 멋지게 골인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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