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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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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00시 29분 등록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정치, 경제, 역사, 학예 등 인간과 인류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정의의 핵심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창조적 예술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더 자세한 정의라고 하겠다.

 

서양에서의 인문학은 영어로 humanities라고 부르는데,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교육 프로그램을

짤 때 원칙으로 삼았던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유래했다.

중세에서의 인문학은 Liberal arts라고도 하는데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 음악, 천문학을

말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기존의 7과목에 고문예가 추가되었다.

 

동양에서의 인문학은 인문(人文), 즉 천문(天文)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상과 문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학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은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이며 가치 탐구의 표현

활동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분류한다. 좁은 의미로는 문(), (), () 이라고도 하지만 지금은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꾸준한 사랑을 받던 인문학은 근대 산업사회 이후 독보적인 자리를 내주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기계문명과 물질문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피드와 효율성과 생산성, 실용성만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무게 중심에서 밀려난 인문학은 오랜 기간 침체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요즘 다시 일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1997IMF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삶을 버리면서까지 일에 매달리고 조직에 충성했지만 돌아온 것은 매정하고 가혹한

현실이었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의 회의와 성찰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인문학을 접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사는 것에 쫓겨 꿈과 희망을 잠시 덮어놓고 앞만 보며 산 세월이 있었는데 그때 접한 책들은

자기개발서와 경제.경영에 관한 서적들이 대부분이었다.

고전을 읽는다거나 시집과 소설을 읽으려면 왠지 시간이 아까웠다.

당장 읽고 파이팅을 하거나 그때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 족했다.

비슷한 부류의 책들만 읽다 보니 패턴이 읽혀졌다.

필요해서 쓴 책이 아니라 인기에 부합하기 위해서, 돈 벌이가 되니까 쓴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듯한 제목에 낚여 책을 사면 내용의 핵심도 없었고, 짜집기의 요령만을 보여준 책도 있었다.

그렇게 자기개발서에 회의가 들 때쯤 이지성씨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의 인문학에 대한 책의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고전은 너무 멀고 어려웠기에 잡았다가 놓은 책들이 아직도 책장에 즐비해 있다.

 

그러다 인문학에 대해 가까이 간 계기가 있었다.

2011년에 인도여행을 위해 배낭을 꾸렸다.

그동안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길이 아닌 것과 타협하지 않은 채 40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의

인생에 대한 선물이었다. 시절인연. 40년 만에 나의 발길을 허락한 천축국.

그렇게 가게 된 인도는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세상에 그런 삶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그 동안 내 삶의 무게에 눌려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어떤 상상을 하건 그 이상인 나라다.

그 후 인도는 나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평화, 자유, 운명, 인간의 존엄성, 죽음, 세계의 역사 그리고 나의 존재의 근원에 대한 엄청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무시하려 해도 터져 나오는 꽃봉오리의 힘을 어떻게 누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는 비웃음을 던졌고, 누구는 종교를 가져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종교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기에 책을 들었다.

 

제일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이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알기 위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나라 신화가 아닌 다른 나라

신화를 왜 손에 잡았는지? 그냥 마음이 따라가는 대로 했다.

논어, 맹자도 시도를 해보았지만 문체나 단어가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여러 번 포기가 되었다.

즘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더 쉽게 풀이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왜 읽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도 바쁘고 정신이 없다.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은 삶이라는 표현을 잊을 수가 없다.

생활의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는 뜻이다.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을 위해서이건만 그 일 때문에 배우자와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잊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로부터 잊혀지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가슴 아픈 구절들을 줄줄이 쏟아낸다.

누구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이 서로의 상처만 부여안고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 무서운 말이다. 사유의 힘을 배양하고 축척해야 함을 의미한다.

나의 행동이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괴물을 탄생시키지 않으려면, 나의 노력이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과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사유는 필수조건이다.

 

누구에게든지 악의 평범성이 있다. 악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악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평범한 사람들, 사유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에 무능력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인생을 살 것인가? 남의 인생을 살 것인가?

누구나 살면서 남의 이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하면서도 계속 되풀이되고 이제는 굳은살처럼 굳어져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도 구분하기도 힘든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동안 내 인생을 남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급급해하며 내 감정을 속이고 스스로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수없이 빼앗아 왔다. 그것 또한 내 판단이었지만 항상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왜였을까?

그래서 요즘은 이것이 진정 나의 생각인가?’라고 한 번 더 질문하고 결정한다.

내 스스로가 나에게 감옥을 만들어 수감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감옥에서 탈출해 내 운명의 신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 나로 태어난 의미와 가치를 찾고 내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인문학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 때문에 위대해진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함.

초등학교-모든 면에서 너무 느려 지적 장애로 의심받음.

중학교-나쁜 기억력과 산만함, 불성실한 수업태도

고등학교-퇴학

대학입시-낙방

 

그를 가르쳤던 교사들의 말

너는 너무도 형편없는 놈이기 때문에 커서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다.”

네가 교실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아이들은 나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다.”

 

이런 평가를 받은 이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다.

이 밖에도 존 스튜어트 밀, 에이 브러험 링컨, 에디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김구, 신 채호, 백 남준,

손 정의, 힐러리 클린턴등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힘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또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것이 인간인가>의 저자 프리모 레비는 말한다.

내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고전과 교양덕분이었다.”

 

이것이 그들이 보여주는 인문학의 힘이 아닌가한다.

IP *.144.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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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1:58:19 *.94.41.89

"무시하려 해도 터져 나오는 꽃봉오리의 힘을 어떻게 누를 수 있을까?"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누구에게든지 악의 평범성이 있다"

 

꽃봉오리는 봄날에 딱 맞는 표현인 것같습니다. 어찌 누를 수 있겠습니까?

인문학 읽기를 통해 사유의 힘을 키우자는 웅변을 듣는 듯했습니다.

생각 생각 생각 ^^

기운내시고 끝까지 화이팅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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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8:25:32 *.94.164.18

항상 감사합니다.

글의 힘의 위대함이 또 느껴지네요.

혼자하는 것 같지만 같이하는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희동님도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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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4:45:39 *.196.54.42

"‘이것이 진정 나의 생각인가?’라고 한 번 더 질문하고 결정한다."


생각하는 힘, 인문학의 결정판입니다.

저도 스스로의 생각을 까먹지 않기 위해 일기장에 번호를 붙여가며 적어봅니다.

글로 쓰는 것만큼 확실한 생각하기는 없는것 같습니다^^


한 주 남았슴다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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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8:27:16 *.94.164.18

일기장에 번호를 붙여가며 적는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인데

저도 저의 글을 계량하고 싶어지네요.

계량의 수가 높아질수록 생각이 확실해지겠죠.

감사합니다.

 

4주차도 열심히 달려달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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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9:09:27 *.124.98.251

여행자들에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는 인도 여행 경험이 어떤 기억으로 남으셨을지 궁금하네요^^

그곳에서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면 기억에는 좋은 장소로 남아 있을 듯..어떤 생각 속에 있느냐가 감옥 속에서 살고, 탈출하느냐를 결정하는 것 같네요..감옥에서 탈출하실 때까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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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14:41:43 *.94.164.18

꼭 다시 가고 싶으나 선뜻 발을 들여놓지 않게 되는 곳입니다.

모든 시대와 모든 감정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일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꼭 들러봐야 하는 곳이기도 하구요.

요즘 나 만의 감옥 때문인지 어디로든 가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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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1 14:00:25 *.160.136.111

글에서 사람 냄새가 솔솔 나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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