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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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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08시 17분 등록
 

<10기 레이스 3주차 칼럼 조현연-인문학이란 무엇이며 읽어야 하는 이유>


개 한 마리, 꽃 한 송이


개같은 삶


 오, 햇살이다. 디오게네스가 원하던 햇살이 알렉산더라는 방해물 없이 나에게로 온다. 졸리도록 따스하다. 디오게네스가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찾아와 무엇을 원하느냐 물었다.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주오!” 그러자 왕은 “내가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아니었더라면 디오게네스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라고 했다던가. 그때의 충만함이 전해진다. 햇살 아래 놓인 책들을 바라보며 나도 한껏 도취된다.

 오디세이아의 항해에 승선하여 그의 인생에 경의를 표하며,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의 ‘운명’을 애도한다. 그것도 잠시, 베르테르의 고뇌에 찬 사랑과 데카메론의 에로틱한 사랑, 플라톤과 프롬이 그려내는 관념론적 사랑을 들여다보고 내 욕망을 점검한다.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꿈을 꾸며, 모험을 즐기려는 마음이 꿈틀댄다. 그 뿐이랴. 선거를 앞두고 시끌벅적한 자본주의 한국, ‘민주주의는 개뿔!‘이라며 욕해댈 근거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토록 미천한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음을 한없이 감사하며 그 어떤 비극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불사르겠다는 생각은……제 꼬리를 휘어잡는 저 놈에게 방해를 받는다. 

 조용한 가운데 개 한 마리 제 꼬리를 물겠다고 코끼리 코 잡고 돌기 하듯 돌고 있다. 잡을 듯 잡히지 않는 제 꼬리 물기 실랑이를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힌다. 아무렴 동물이라지만, 너!  너무 생각없는 것 아니니. 저 놈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었나. 지리멸렬의 발악을 해대는 걸  보니 뭐라 말할 수 없이 안쓰럽다. 그렇다고 저와 놀아 줄쏘냐. 나는 저와 격이 다른 양, 새침하니 고개를 돌려 다시금 정자세를 하고 책을 쏘아 본다. 그래, 너는 무료함으로 잠을 자거나 꼬리를 물어뜯거나 밥그릇을 탕탕 치는 일이나 하겠지만. 나는 그제도 어제도 지금도 이렇게 책을 보고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 이르는 병, 백년동안의 고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켄터베리 이야기, 너 자신을 알라……. 꼬리 물고 있는 너, 너는 너 자신을 아니? 지금 난, 디오게네스는 못 되어도  ‘너’가 아님을 아주 기뻐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나는 몹시 언짢아진다. 옆에 인문학 책을 쌓아 두고 그 속에 취해서 개에게 우월감이나 느끼고 있다니! 후마니타스(humanitas)로 번역된 인문학(人文學)엔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 담겨 있고 하여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 한다지만, 인간중심적 사고를 위해 책을 읽은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것이 나의 지식을 조금은 높여 주었을지언정 지혜를 늘려 주진 못하였나 보다. 본능적으로 절망한다. 아니, 절망하기엔 이르다. 나는 또다른 책을 골라내어 본다.

 그래, 지금 나는 소위 인문학이라 불리는 책들을 읽고 있다. 본능적으로 끌리기 때문이다. 정말인가? 혹여 세상에서 그것들이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읽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하였을 터, 그 소리들에 반응한 것이 아닌가. 적어도 남들만큼은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도 책을 쌓아 둔 것은 아니었던가.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글쎄 왜 갑자기 인문학인가. 왜 인문학을 말하는가. 이전에도 고전, 인문학 읽기를 독려하는 선생님이나 지인은 늘 있어 왔다. 그리고 책들을 돌려 보며 감정들을 켜켜이 쌓아가던 시절들이 있었다. 그 시절들을 잊어버리고 우리네 지인들의 말은 무시하며 지내왔는데 어떻게 곳곳마다 단어마다 ‘인문학’이 휩쓸게 되었을까. 하물며 인문학이 위기라며 그래서 더욱 대학의 인문학과들을 폐지하거나 통합시키지 않았던가.

 아이러니하게도 인문학의 부흥은 그의 위기를 몰고 왔던 곳에서 일었다. 그렇기에 기뻐해야 할지 여전히 우려하고 긴장해야 할 지 모르겠다. 현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디지털기기를 개발한 기술자이자 CEO, 스티븐 잡스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며 사라져간 것이 주요했다. 어느 틈에 회사 채용에 인문학적 소양들이 요구되기 시작했고 대학입시에서도 인문학이 확산되었다. 영향력이 있는 누군가에 의해서야 화두가 되고 화제가 되는 현실은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창조경제의 열쇠가 인문학이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창조경제가 화두이고, 입시에서 기업 채용에서 인문학을 찾는 현실 속에서 인문학은 부흥해 갈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입학 시험 결과 한국인들의 논술 답안이 일괄적이라던가, 리포트가 같다던가. 그것이 한국적 특성인양 우리는 어떤 주제에 늘 모범답안을 제시해 사고의 획일화를 부추긴다. 이런 현실이라면 굳이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똑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사유는 각자 하며, 그들의 자신의 사유를 이끌어갈 가치의 체계는 분명 다를 터인데 똑같은 결과를 만든다. 그러니까 인문학을 읽는 이유가 입시에, 취업 문턱을 넘어가긴 위한 도구인가? 토익, 토플 성적 높이기, 각종 자격증 취득과 같은 라인에 서 있는 것인가? 기술에서 인문학을 접목하는 것이 화두가 되어 버린 탓인지 인문학은 기술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는 듯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특징과 본질을 알아야 참 도구로써의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의 얘기가 시사점을 더한다. 과학자와 엔지니어와 발명가의 시조였던 다이달로스는 주문자의 의도는 묻지 않고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만 했다. 그는 "왜?’라고 묻지 않음으로써 그 자신과 세계의 불행을 자초했다. 자신의 재능이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 쓰이는지, 불행과 파멸에 쓰이는지 묻지 않는 것, 사유하지 않는 것, 이것이 죄다. 그리고 ‘왜’라고 묻는 것, 이것이 인문학적 사고다.

 인문학은 인간의 경험과 지혜의 총체이다. 그간 인간이 살아온 모든 것이 켜켜이 보관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기서 지식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는다. 그것은 내가 가야할 길과 삶의 의미를 알려 준다. 마이클 샌덜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건, 물론 정의로운 삶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더불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함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문학을 읽음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이 힘을 기르는 것, 그러니까 궁극엔 행복을 찾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인문학에서 기대하는 바이다. 바로 인문학이 읽혀져야 하는 이유다.

 

 

꽃같은 삶

 해가 기우는 동안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였더랬다. 저는 생각이란 걸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적인 가치를 찾는 것, 행복을 찾기 위한 것이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것은 아닐 터, ‘저’와 공생하는 삶 또한 녹아 있으려니 한다. 그리하여 저를 품에 끌어 앉히고 다양한 인문학의 세계에 함께 한다. 이 가치들을 꼭꼭 씹어 먹자!

 다시금 인문학의 위기다. 내가 ‘씹어 먹자’고 한 것이 그 가치들을 내면에 품고 마음에 새기자는 것이었지 책들을 찢어 정말로 입으로 질겅질겅 하자는 것은 아니었건만! ‘저 놈’이 하루종일 내가 품은 가치들을 모조리 찢어 놓아 나는 멍해진다. 책들을 찢을 때까지 품었던  ‘저’와 나는 다르다란 생각이 일시에 사라진다. 책이 사라지니 표면적으로 저와 나는 다를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햇살이 사그라들 때까지 저가 한 것과 내가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잊고 있었더랬다. 햇살 아래 나와 개가 노닥거릴 때, 나의 어머니 역시도 그 햇살 아래 있었음을! 그녀는 씨를 심고 꽃을 피웠고, 씨를 심어 음식을 만들어 냈다. 그 햇살이 사그러들자 그녀가 내민 상추를 토마토를 또 콩을 나는 맛있게도 씹어 먹는다. 하나의 씨앗에서 발아된 이 음식들을 내 에너지의 발판이 되도록 온 몸으로 보낸다. 이렇게 어머니의 하루는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었고, 힘을 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는데...

 나는 오늘 인문학 책을 통해 얻은 그것들을 어떻게 꽃피우고 자양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왜냐고 묻고 또 생각했다. 그러나, 무언가에 의해 저지당하자 당황하고 그 가치들이 무엇이었나 아리송해진다. 아직 불완전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더욱 더 열심히 읽고 더 생각해야겠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생각들이 내가 살아가는 발디딤 하나하나에 적용되려면 흔들림없고 올곧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개와 다르지 않다. 실천하라. 꽃을 피워라.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그것들이 세상에 닿을 때까지.

IP *.177.8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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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2:41:53 *.94.41.89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나는 몹시 언짢아진다."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개와 다르지 않다. 실천하라. 꽃을 피워라"

 

강아지하고 잘 놀다 온 기분입니다. 햇살이 따뜻합니다.

눈은 사르르 감기고 나른합니다.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마지막까지 힘내시고 화이팅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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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08:50:27 *.124.98.251

저도요^^요즈음 날이 풀려서 좀 따스해지네요..푸욱 자고 싶은 요즘입니다..희동이님도 화이팅!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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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44:19 *.50.21.20

실천하라. 꽃을 피워라.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그것들이 세상에 닿을 때까지.


봄날 강아지와 노닥노닥거리면 기분 최고죠. 
그렇네요. 읽은 인문학을 가지고 뭘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품에 안고 갈 커다란 질문하나 받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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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7:43:28 *.94.164.18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꿈을 꾸며, 모험을 즐기려는 마음이 꿈틀댄다.

나는 오늘 인문학 책을 통해 얻은 그것들을 어떻게 꽃피우고 자양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 생각들이 내가 살아가는 발디딤 하나하나에 적용되려면

흔들림없고 올곧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개와 다르지 않다.

실천하라. 꽃을 피워라."

 

여러 가지로 가슴이 찔리네요.

그동안 개같은 삶을 산 시간이 더 많아서...

그래서 꽃을 피우기 위해 연구원에 도전했나봅니다.

마지막 4주차도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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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10:29:12 *.196.54.42

"나는 오늘 인문학 책을 통해 얻은 그것들을 어떻게 꽃피우고 자양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왜냐고 묻고 또 생각했다."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

길을 모색하시는 에움길님의 내적 투쟁의 모습이 치열하게 와 닿습니다.

4주차도 전력투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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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1 20:13:45 *.160.136.111

왜라고 묻고 삶을 실천하고. 인문학은 느낌표로 대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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