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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11시 53분 등록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

 

한근태 소장의 고전의 정의다. ‘고전古典이라고 하면 어릴 때부터 듣기 시작해서 중고등학교때에는 대학교 입시에 나오니 중요해서 봐야 한다고 하고, 회사에서도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고전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누구하나 고전이 나쁘다고 얘기하지 않는데 중요한지 알면서도 왜 그렇게 읽지 않았던 것일까?

 

나에게 고전은 지루하기만 했다. 어릴때는 책을 많이 보지도 않았지만, 책을 보면 책의 내용이 전혀 공감이 안되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도 그런데 뭐가 어떻다는 거지?’ 하는 생각뿐이었고, 역사는 해당년도와 그때 발생한 사건위주로 역사를 학교에 가르쳐주어서 단순 암기과목 이상의 역할을 못했다. 철학에 대해서는 윤리과목이라고 해서 배웠는데,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조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나이드신 분이셨는데 너무 재미없게 가르치셨다. 지금생각해보면 다른 과목은 몰라도 윤리과목은 나이 드셔도 재미나게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이들이 싫어하는 과목이 되었다.

고등학교때도 문과가 아닌 이과이다 보니 인문학과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 대학교에 와서도 교양과목 일부를 듣긴 했지만, 역시나 전공위주로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졌다. 1학년때 교양 필수중의 하나가 인문학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책을 읽고 발표 및 토론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때 했던 것이 지금의 씨앗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 와서도 자기계발서 위주나 기술사 자격증을 위한 자격증 관련 책,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된 책을 읽었다.

어느덧 나이가 40대가 되고, 직급도 사원, 대리에서 차장, 부장으로 직급도 올라가면서 단편적인 지식의 한계가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직접할때는 단편적인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바로 적용해서 하면 되는 것이었고 가시효과도 있기에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개발에서 벗어나 상사의 위치가 되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일이 되다 보니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그것을 다시 세분화하는 노력들이 필요했고,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인성, 공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했다.

하루 하루가 회사와 집으로 쳇바퀴를 돌 듯이 바쁘게 보냈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계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 ‘계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데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하던 사업이 정리가 되면서 다른 사업부로 전배를 가게 되고, 근무지도 서울에서 수원으로 바뀌고, 시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작은 아버지의 죽음, 무소유를 말씀하셔던 법정 스님의 죽음으로 삶에 많은 변화가 1~2개월안에 한순간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사업이 정리되면 일은 많지 않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기에 정신적인 피로감이 많다. 하지만 그때가 나에게는 책을 다시 펴는 계기가 되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익숙한것과의 결별도 그때 다시 보게 되었다. 회사에서 한 달에 한번 인문학 세미나가 있었는데 그때 가능하면 참석해서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을 때 마다 감동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고전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보니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문학을 시작하기에는 참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경험이 없어서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고, 상황을 바뀌서도 생각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해졌다.그리고 상황이 힘드니까 생각의 폭은 더 넓어지고,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요즘 고전책은 현대인이 읽기 좋게 재해석을 잘해놓았다. 예전에는 고전 원문에 충실해야 된다고 해서 원문 그대로 전달하려고 하니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설명을 요즘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잘해놓았다. 고미숙의 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도 대표적인 예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세계여행을 통해서다. 세계 여행을 하게 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배낭여행할때는 배낭여행 안내 책자에 소개된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역시 단편적으로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서 사진찍고 오는 것이 다였다.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보다는 유명 장소에 가서 보고 사진찍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여행을 패키지로 가게 되면서 가이드를 만나게 되었다. 가이드가 그 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세계사가 그냥 펼쳐지고, 그 당시의 상황이 연상이 되면서 내가 그런 의미 있는 장소에 와 있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가이드는 그 나라 위주로 알고 있지만, 단순히 유명장소 가서 사진찍는 것 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가끔가다 세계사를 잘 알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면 여행자체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기원전부터 현재까지를 넘나드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이 들기 시작했다.

인문학에 대한 걸음마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마흔이 되어서 다시 시작한 인문학은 이제는 재미도전이다. 한면으로 재미있지만 한면으로는 아직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인문학을 읽으면서 때로는 넘어지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그것 자체가 재미 있는 도전이다. 이제는 도전장을 내고 도전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인생을 깨달아 후회 없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IP *.113.7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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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2:48:47 *.94.41.89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문학을 시작하기에는 참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은 이제는 재미도전이다"

 

조직 관리하시기 어려우시죠! 저도 마찮가지랍니다. 오늘 부하직원이 휴가 돌아와서는 대뜸 다른 부서로 전배간다고 합니다. 울컥하다가도 그래 너도 인생이니 가는 곳에서도 잘하렴 하고 보내었습니다. (사내 공모를 통한 전배라 사전 인지가 안됨) 보내면서 인문학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시고 화이팅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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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27:24 *.113.77.122

역시 제일 힘든게 사람관리인것 같습니다. 사내공모는 막을 수도 없고 ^^ 


희동님도 마지막까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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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5:35:14 *.196.54.42

"나에게 고전은 지루하기만 했다어릴때는 책을 많이 보지도 않았지만책을 보면 책의 내용이 전혀 공감이 안되었다소설을 읽고 나서도그런데 뭐가 어떻다는 거지?’ 하는 생각뿐이었고"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테스'인가 세계문학 고전이라 해서 보다가 고전과는 담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문학을 님의 삶의 경험으로 이야기하듯 풀어가신점 돋보입니다.

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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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26:04 *.113.77.122

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더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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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22:48 *.50.21.20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문학을 시작하기에는 참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경험이 없어서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는데이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고상황을 바뀌서도 생각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해졌다.그리고 상황이 힘드니까 생각의 폭은 더 넓어지고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경험에서 풀어나오는 이야기가 확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또 얼마나 진지하게 인문학을 대하고 있는지가 느껴져서 덩달아 저까지도 각오가 새로워지는 기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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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28:35 *.113.77.122

제가 보기엔 공감력이 탁월하신것 같은데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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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7:31:25 *.94.164.18

"단편적인 지식의 한계가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넘어지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그것 자체가 재미 있는 도전이다."

 

재미있는 도전에 저도 같이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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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22:29:13 *.113.77.122

같이 도전해서 멋지게 벽을 넘어가 보시죠~~

같이 하면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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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1 21:34:01 *.160.136.111

사십대. 인문학의 여정. 출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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