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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4일 11시 54분 등록

토요일 밤이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영화를 한다기에 이 참에 나도 같이 보자고 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주연 필라델피아다. 장래를 촉망 받는 유능한 변호사인 톰 행크스는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면서 동성애자인 사실이 발각되어 부당하게 해고당한다. 그가 회사를 고소하면서 고용한 변호사가 덴젤 워싱턴이다. 덴젤 워싱턴은 의뢰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무심했던 덴젤 워싱턴의 마음을 연 것은 한 곡의 아리아였다. 날카로운 논리도, 감정적 호소도, 힘센 돈도 넘지 못한 간극을 음악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손길로 파고들었다.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로 La mama morta(어머니는 돌아가시고)가 울려 퍼지는 동안 죽어가는 톰 행크스는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 선율과 가사를 따라간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귀족의 딸이었었던 마달레나는 하루아침에 사회적 지위도 잃어버리고, 집도 불타고, 어머니도 살해당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에 그녀는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그녀의 슬픔을 위로하는 한 줄기 빛이 첼로 선율을 따라 그녀를 비추며 아리아의 분위기를 바꾸고 노래는 절정으로 치달린다. 마달레아는 삶에의 희망을 이렇게 노래한다


 
천국이 내 눈 속에 있습니다.
 
그대는 혼자가 아닙니다.
 
미소와 희망을 가지세요. 나는 사랑입니다.
 
나는 신성합니다. 영원한 생명입니다.
 
나는 천국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이 곳을 천국으로 만들 것입니다!
 
나는 사랑, 사랑, 사랑입니다!


천장을 쳐다보는 톰 행크스의 담담하고 황홀한 눈빛에 나는 못박힌 듯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덴젤 워싱턴도 이 에이즈 환자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깊은 공감과 인간적 유대를 느낀 것이다.


인문학은 깊은 인생에 흐르는 음악이다. 인생이 주는 시련과 고통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희망을 외치는 선율이며, 가장 유쾌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생명을 춤추게 하는 선율이다. 마음이 열리고 새로운 것에 대해 공감과 유대에 인색하지 않고 가슴으로 자신의 운명을 힘껏 껴안아줄 수 있는 힘은 인문학에 대한 자각에서 나온다.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감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올 수 없다. 그 섬광 같은 살아있음은 그리움을 불러 일으켜 우리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문명은 이 마지막 남은 원시의 힘마저 침범할 만큼 강대해졌다. 토크빌이 묘사한대로 우리는 그물처럼 촘촘한 규칙들 속에서 창조력을 잃어가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소시민화되었다. 거대한 야심을 비웃고, 열정을 쿨하게 대한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일상은 순식간에 증발된다. 잠깐 한 눈을 팔면 그대로 일상에 매몰되어 버리고 만다. 이제 인간은 유용함을 팔아 연명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시간이며, 시간을 판다는 것은 삶을 점령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장에, 학교에 매여있는 사람들은 벚꽃이 만개한 윤중로를 한적한 평일 낮에 걸을 수 없는 슬픔, 제철 꼬막을 느긋하게 즐기러 벌교로 무작정 갈 수 없는 안타까움 같은 상념조차 물 속에서 생긴 상처처럼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가슴 속에 늘 음악이 시냇물처럼 흐르는 사람에게 인생이란 즐거운 축제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이 식탁마다 가득하고, 좋은 와인과 맥주가 있을 것이다. 밤이 되면 모닥불을 피워놓고 호일에 싼 고구마며 감자 따위를 익히며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모닥불마저 꺼지면 땅바닥에 철퍼덕 누워 별이 반짝이는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큰소리로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라. 인문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니

IP *.5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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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3:07:05 *.94.41.89

"인문학은 깊은 인생에 흐르는 음악이다"

"이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감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이제 인간은 유용함을 팔아 연명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시간이며, 시간을 판다는 것은 삶을 점령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인문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니"

 

음악을 듣는 귀도 필요한데 인문학이란 것은 마음의 귀를 단련하는 것같습니다.

시간을 판다는 표현이 직접적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결국 마음만 자유롭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칩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시고 화이팅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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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07:52 *.50.21.20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했는데 희동이님 답글을 읽다보니 고찰이 덜 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연구원 레이스로 책을 읽고 글을 쓸때는 정신적 단련이 되는 것 같은데

이 깨달음이 아직 일상이나 업무와 연결되지 못해 범위가 좁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계속하다보면 좀 나아지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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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3:49:14 *.196.54.42

"인문학은 깊은 인생에 흐르는 음악이다인생이 주는 시련과 고통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희망을 외치는 선율이며가장 유쾌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생명을 춤추게 하는 선율이다."


차원이 높네요^^ 저는 인문학을 해언님의 경지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낱말 뜻풀이에 급급했지요 ㅎㅎ

인문학이 님의 손을 거치니 해야할 공부에서 낭만 가득한 놀이로 탄생하네요.

글처럼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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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6:11:59 *.50.21.20

어머 부끄럽습니다. ;) 수준높은 책들을 읽어서 눈은 저만치 위에 있는데 실제로 나는 그만큼 바뀌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ㅎㅎ그래도 연구원을 하면서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좋다 계속 이런 차원에서 살고 싶다 이런 욕망을 갖고 1년동안 수련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이게 제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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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17:26:57 *.94.164.18

"인문학은 깊은 인생에 흐르는 음악이다.

마음이 열리고 새로운 것에 대해 공감과 유대에 인색하지 않고 가슴으로 자신의 운명을 힘껏 껴안아줄

수 있는 힘은 인문학에 대한 자각에서 나온다."

.

저보다 인문학을 더 힘껏 껴안고 받아들이신 해언님이 부럽네요.

마지막주까지 힘차게 달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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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6 10:17:49 *.50.21.20

마지막 책이 장난이 아니네용 ㅠㅠㅠ

화이팅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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