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즐겁고 기쁘게 지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맞이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어두운 곳을 지날 때는 스스로 빛을 내야 제 갈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어려움은 우리를 즐거운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 게임이고, 갈등은 드라마의 박진감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올해는 많이 들 즐기시기 바랍니다. 기쁨은 기쁨대로, 힘겨운 것은 힘겨운 대로, 긴장은 긴장대로, 올해 한해 아름다운 순간들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
(또 한 해를 맞으며 - 싱거운 제안 한 두개)

며칠 전 친구 하나가 '한해를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이메일 하나를 보내왔다. 꼭 저 생긴대로 보냈다. 편지에는 '새해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즐거워하고 더 많이 기뻐하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철 지난 넌센스 퀴즈를 20개쯤 붙여 보냈다. 말하자면 '닭이 길을 가다 넘어지는 것을 두 글자로 말하면 ? 닭꽝' , '가짜꿀을 만들 때 꼭 들어가야하는 재료는 ? 진짜꿀' 뭐 이런 시시한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편지를 보는 내내 웃었다. 웃고 났더니 하늘이 더 맑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우리는 진지함에 눌려 사는 지 모른다. 송년과 새해 벽두에 서로 덕담을 나누며, 세계의 평화와 더 좋은 세상과 더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을 기원한다. 적어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우리가 인생을 시작할 때처럼 진지한 각오로 한 해를 설계하는 모습은 경건하고 믿음직하기도 하다. 우리는 상징과 의식을 통해 매년 지난 해의 무기력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지루함에서 깨어나 이것저것 챙겨 본다. 새로울 것 없는 과거의 각오들을 마음의 다락에서 끄집어 내고 먼지를 털어 현관 앞에 걸어 놓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는 예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70번 쯤 되풀이 하다보면 인생은 끝이 난다.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난 몇 년 전부터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무엇 하나를 더해보는 것 말고 내가 어정쩡하게 붙들고 있는 것 하나씩을 떠나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나는 내가 이것저것 여러개를 다 잘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무언가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것을 찾아 그것을 즐기다 가려고 마음 먹었다. 자연히 그저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는 것들을 내 인생의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버릴 때는 웃으며 버리는게 좋다. 슬퍼하면 애착이 남고, 애착이 남으면 다시 창고에 넣어 훗날 쓰일지 모르는 용도를 위해 보관하게 마련이다. 살다보면 그래서 묵은 살림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살며 다 쓰고 가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찾아내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지 못하고 세속의 명리를 찾아 헤매다 보면 제것은 없고 다른 사람을 좇은 허무만 남게 된다. 대세와 주류에 섞이면 위안은 되지만, 나는 없고 '그들만' 무성하다. 타고난 재능이 크던 적던 사람이 죽으면 그 재능들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아까운 일이다. 아파트 한 평을 넓히는 것도 좋고, 주식에서 약간의 돈을 버는 것도 좋다. 때가 되면 약간의 호화와 사치를 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건 것들을 위해 누군가 가 시킨 일을 하며 시간을 다 쓴다는 것은 아깝다. 약간의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중요한 것들이 생활의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해에는 돈을 버는 계획 보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하나 발견하여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저 평소에 못하고 지냈던 것이지만, 언젠가 그 일을 하면 좋겠다고 벼르던 것을 내년에는 한번 해 보는 것이다. 해마다 취미 하나씩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하던 것을 정리하고 해마다 그 취미를 심화 시켜가다 보면, 언젠가 그 일은 직업이 되고 전문분야가 되고 열정이 될 것이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뜻은 바로 이런 것이다.

또 하나. 새해에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어떨까 ?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우리는 오히려 서로 더 싸우게 될까 ? 자식들과 말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을 늘이면 오히려 세대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까 ? 겨우 서 너명이 모여 사는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내, 자식과 부모 사이에는 갈등이 있고 침묵이 있고 무관심이 있다. '건설적 충돌'을 참지 못하고 금이 간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 새해에는 우리 모두 아름다운 가정 하나 씩 만들어 보자.

-------------------------------------------------------------------

1)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알려 주세요

2) 올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괜찮은 생각있으면 적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