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부입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고 있지요.
요즈음 저는 그야말로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지요.
결혼한 지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이를 선뜻 갖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고민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직장을 6년째 다니고 있지만 4년 정도 했던 일들은 저에게
별다른 매력을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새로 맡은 업무는 아주 새롭고, 도전해 볼만한
의욕을 가져다 줍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며, 즐겁습니다.

저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엄마와 아이들은
엄마의 잘못된 양육태도나 엄마와의 분리로부터 기인된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엄마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 장면에서 아빠들은 대개 빠져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은 뭐했냐고?" 묻고 싶지만 새벽에 파김치가 되어서야 들어오는
제 남편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지요.
어차피 월급쟁이들 사는 모습은 다 마찬가지일테니까요.
이런 그림들을 보면 아이를 낳아서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맡긴다고 끝은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어린이집이란 시스템은 결국 어른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니까요.

갓난 핏덩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집에 들어앉아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자니 활짝 피지도 못한
제 인생이 안타깝습니다. 설령 아이를 맡기기로 결심을 했다손 치더라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와 놀아주고, 밥해먹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는
일상까지 함께 해 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입니다.

저의 엄마는 전업주부셨습니다. 저에게 가장 행복했던 한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라면 유치원 갔다 와서 엄마랑 간식 만들어 먹었을 때, 그리고
함께 손잡고 장 보러 다닌 것, 쑥 뜯으러 같이 다닌 기억 등등이 납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자식에게 이런 기억들을 함께 하는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어떤 여성학 강사는 이기적이 되어야 일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당신께서 손주를 키워줄테니 너는 일해야 한다고 하시지만
당신의 인생도 있는데 또 다시 짐을 지워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여자들만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것인지...
우리 남편은 "내가 애를 키워야 하나? 직장을 다녀야 하나?"와 같은
문제로 전혀 고민하지 않죠. 직장을 다니는 것이 당연한 명제니까요.

이럴 때도 떠나야 하나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자들은 이런 고민을 해보셨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