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문이당)

마종기(의사,시인)


한참이나 엄청난 별밭을 보다가 한여름 밤 고산지대의 한기를 느끼며 다시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와 잠을 청했지만 좀 전의 그 놀라움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한동안 뒤척이다가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숙소를 다시 나왔다.

새벽 두세시쯤 되었는지 주위는 무서우리만치 고요했지만 그간 친근해진 별밭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온몸을 가볍게 감싸는 온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에 내 키가 더 커진 것도 아닌데 별들이 이번에는 손에 잡힐 듯 더 가까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별을 향해 한 손을 올렸다. 다시 발끝으로 서서 팔을 뻗어 올리고 더 올렸다. 그때 나를 보며 미소 짓던 그 많은 별들이 갑자기 흐리게 떨려 보이면서 나를 향해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하늘의 어디를 보아도 별들이 모두 눈물을 머금고 내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희미하게 흔들리면서 빛나는 한 무더기의 별 속에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눈물을 보이는 죽은 내 동생의 얼굴도 환하게 보였다. 그새 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손을 잡고 흐르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에만 무겁게 간직해 온 그 많은 말을 털어 나누기 시작했다. 정작 몇 마다 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나는 벌써 느긋한 편안함과 가없는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별들이 다시 돌아와서 내가 정신이 들도록 흔들어 준 것은 얼마나 시간이 지난 후였을 까?나는 믿기 힘든 이 신비한 비밀의 시간을 혼자서 잘 간직하리라 다짐하면서, 별들에게 새삼 손 흔들어 감사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몇 줄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은 이렇게 끝난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마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는 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