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이지정
  • 조회 수 698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8년 4월 26일 22시 21분 등록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저는 사는 곳이 시골이라 매일 바다를 건너 일터로 오가곤 합니다.
똑같은 시 낭송 시디를 넉 달째 출퇴근길에 듣고 있는데
어느날엔 이 시가, 또 어느날엔 다른 시가 제 가슴에 와 닿는 날들입니다.
조직생활이 만만치 않아 머리가 지끈거릴 때, 그래도 내가 껴안아 할
몫이고 희망이 사람임을 깨닫게 해 준 시입니다.
IP *.153.192.49

프로필 이미지
구본형
2008.04.26 23:18:01 *.128.229.163

어느날 골목길 탐험을 해볼까
그날은 저 동네의 골목길
이날은 이 동네의 골목길을
싸돌아
다닐까
어떤 길은 서로 아, 여기서 이렇게 만나고,
또 어떤 길은 꼼짝없이 다시 되돌아 나와야하는 막힌 길.
내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찾아내려면
그렇게 수없이 많은 골목길을 쏘다녀 봐야지.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4.27 00:58:57 *.36.210.11
이지정님, 성함이 시인 같아요.
또한 이 시가 마음에 드는 군요. 소박하고 투박하고 성긴 삶 속에 훈훈함이 감도네요.
프로필 이미지
춘희류경민
2008.04.27 02:43:07 *.111.241.162
정겹네요. 그리고 반갑네요.
오솔길 같은 구부러진길로 한참을 내려와야 아랫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어요.여름이면 풀이 자라 길이 없어지죠. 이슬 머금은 풀들을 깨워가며 학교에 다녔죠.
그 구부러진길과 너무나 닮아 정겹네요.
그 길을 또 걷게 될때 이 시를 꼭 읊어 볼래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