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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7일 15시 24분 등록

재수를 시작하면서 그녀를 처음만나 12년간 연애를 했지요.

2년전, 모공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면서 그녀에게 이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저나 그녀나 적지않은 나이였고 그녀의 집안에서는 그녀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였던 모양이었습니다.

어쨋든 실패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고 그렇다면 당연히 제가 물러나는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그녀의 입에서 듣고 싶지않은 말들이 나올것 같았기에..그녀는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더군요.


마지막에 전화로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해줄수 있냐고 묻더군요.

전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게 없다고 했습니다.

줄것은 내 마음뿐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요즘엔 영화에서도 그런 멘트는 쓰지 않으닌깐요

그렇게 끝이난거죠..

비참하더군요..


그리고 아는 지인이 몇 번 그녀와 저를 불러내어 다시 연결시켜보려고 했지만

전 이미 그녀가 새로운 사람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연락이 와도 일부러 피했습니다.

그녀로부터 편하게 연락이나 하자는 문자가 왔지만 무시했습니다.

그녀를 잊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다시 저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사명에 불탔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방황이 시작된거죠..이별로 그냥 끝이 났으면 좋았으련만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어제 그녀와 2년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물론 제가 전화를 걸었지요..올해안으로 결혼할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소리에 제 마음은 또 무너져내렸습니다. 전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요?

지난 2년간 이런 순간에 대비해 또 한없이 나약해지고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한마디에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더군요..

그녀는 저도 그녀 본인도 다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단지 인연이 거기서 끝난거라더군요..

그렇다면 전 12년간 연애하고 이별해야하는 유통기한을 가진 그 인연에 그리도 집착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녀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그 감정, 긴 세월을 이어온 믿음이 어쩜 그리도 쉽게 끊어질 수 있는건지..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불신과 인간이 지닌 감정 모두를 불살라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왜 이토록 나약합니까? 그저 그렇게 태어났으니..유전자가 그러하닌깐 이대로 살아야만 합니까..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이제는 그저 추억이라고 명명하고 뒷전에다 두고 훗날 단지 이야깃거리가 되는것이라 말할 수 있는 건지요? 


답답합니다..


IP *.100.1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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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9 20:56:28 *.174.136.49

운신과 곡기를 끊을 만큼 아픈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군요.

12년간의 연애와 이별은 아니지만 찬란하게 아팠던 사랑하나쯤은 가슴에 안고 있는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눈을 떠도 슬프고 눈을 감아도 슬프고 해가 뜨면 해가 떠서 슬프고 해가 지면 해가 져서 슬펐던...전화번호 누르고 수화기 내려놓기를 수천번... 4년이 지난후 결혼한다는 소식에,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며칠 우울,절망, 씁쓸, 원망...갖가지 감정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네요.

사랑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는 사랑한 시간의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말이 있지요. 그랬습니다.  헤어지기도 힘들었지만 잊기는 더 어려웠습니다. 긴 시간동안 세상을 원망하고 죽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저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죠. 사랑하는 사람과 못 살 바에야 독신으로 살겠다고 고집했지요. 저는 아파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 다 가짜 진심, 변한 사랑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가 되니 잊혀지더군요.

다시 되돌아가라면 거부하겠지만 그 아픔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사랑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으로 만들었음은 분명합니다. 

이 사랑의 아픔을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님은 이미 빛과 소금이기에.  


위로의 시 한편 싣습니다. 힘내세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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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08:40:08 *.120.203.191

마음이 아프지만 그 아픈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끌어 안고 사는 것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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