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이수
  • 조회 수 175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6년 5월 26일 13시 47분 등록

얼마 전에 나이 드신 저의 어머님이 저세상에 가시었습니다.

아흔 중반 까지 사셨으니까  세상에 크게 아쉬운 것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보니 어머님의 죽음은 확실히 저의 인생에서

큰 획을 긋는 일입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돌아기시기전에 한 삼년을 요양병원에서 계시다가 가셨는데

그 기간이 서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의 형제는 육남매인데 이 기간동안에 아무도 모실 수가 없어

형제들 모두 거의 비슷한 금액을 부담하며 병원에 계실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것으로 큰돈은 아니지만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수 있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많은 우리 어머니들이 그렇다고 합니다만  정말 굳센 심지 하나로  

저희 어머니도 험한 세파를 잘도 감당하시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는 각박한 일제 후반기를  시골에서 힘들게 사기다가

작은 외할아버지 댁에 자식이 없는 탓에 남동생과 같이 입양이

되었더랬는데 성년이 되어 출가를 시킬 때가 되어 남동생은 남고

부담이 된다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사실을 어머니 장례식때 같이 양자로 갔던 외삼촌한테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랑스런 얘기가 아니니 가슴에 꼭 묻어 두었던거지요.   


삼십대 중반에 세살이 많은 저희 아버지가 가장노릇을 제대로 못하게 되자

그냥 집근처 시장바닥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하시었습니다.

아버지를 앞세우거나 뒤세우거나 같이 일을 하면서 혼자 하시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러셨겠지만 거의 매일 같이 서로 싸우시면서 용케도 가정을

깨지 않고 힘든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그것도 육남매를 크게 출세를

못시키었지만 억척같은 생활인으로 키우신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끼니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집에서 지내면서 어찌 어찌해서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들다는

학교에 디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여동생하나는 내가 가까스로

학비를 댈 수 있을 때까지 공부를 계속하는 바람에 간호전문학교까지는

다니었습니다. 이동생이 억척이어서 50대에 미국에 가서 정식간호원 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60대이지만 다시 정식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한다고 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제대로 공부를 못했지만 모두들 강인한 생활역군이 되어

상대 배우자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점이 어머니가 우리한테

물려준 유산이 아닌가 합니다.

어머니가 우리한테 물려준것이 어디 한두가지 이겠습니까마는

크게 느껴지는 것중에 하나는 어디가시나 세상에 가급적 순응하시고

주위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경우가 틀린 경우는 참지 않으시고 제대로 일을 처리하시려고

힘쓰시는 것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그래도 잘 안되는 것이 왜없었겠어요. 그러면 체념을 하시는 것입니다.


세상살이는 결국 체념의 연속이고 그 역사가 아닌가 합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체념하는가가 문제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아에 그에 관한 것은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몇달전까지는 귀도 밝으셔서  대화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치매라고 느낄 만한 상태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돌아기시기 직전까지 주위사람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 때문에  신경쓰이는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니 마음이 한가롭지가 않았을 것입니다.

바로 이점이 치매를 경험할 겨를이 없었던게 아닐가 합니다.


병원에 삼년을 계시면서 몇가지 단계를 거치었습니다.

첫번째는 잘 감당이 안되는 단계가 있었습니다.  

남동생이 모시고 있다가 여의치 않아 병원에 오시게 된 것인데

이점을 못받아드리고 매일같이 동생집에 가시겠다고 해서

한동안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마 이게 완전히 해소된 것은 거의 일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 어느날 어머니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너희들 모두 편한게로구나. 하시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동안 지내시더니 마지막 한 일년은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지 하시면서

이나이가 되도록 죽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하십디다.

처음에는 원래 노인네들이 그러려니 했지요.

그러시다가 언젠가는 아에 곡기를 끊으시며

마 이제 저세상에 가련다고 하시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웬만큼 되신듯했습니다.


그러시다가 자식들은 그래도 그냥 돌아가시게 할  수없어

이핑게 저핑게 대면서 좀 더 사시라고 했지요.

한번은 손녀딸 시집을 앞두고 있어 그것은 보고 가시라고 했지요.

어머니는 못이기는 척하시는지 또 다른 생각이 있으신지

식사를 잘 하시고 해서 한동안 잘 감당을 하시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시는지

몇차례의 고비를 넘구시다가

결국은 그야말로 마른 풀이 수그러 지듯이

조용히 가시었습니다.


돌아기시기 전 며칠 전부터 거의 말씀을 못하시었습니다.

마지막 말이랄 것도 없이 그냥 조용히 가시었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하시면서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평생을 불교신자라고 생각하시었습니다.

그러나 엄격한 불교신자라기 보다 우리네 토속 신앙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기독교 신교 구교도 있고 나머지는 그저 무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장례를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자식들이 생각한 것은

평소 어머니의 생각대로 화장을 하지 않고 진작에 마련해둔

아버지산소  바로 옆에 아버지 장례와 같은 방식으로 고이 염을 해서 매장을 하고

발로 꾹꾹 밟아 드리고 나중에 봉분을 만들어 달라하고

식구들이 뒤로 돌아 서는데 그제사 어머니가

확실하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더도 덜도 말고 꼭 어머니 답게 사시다가 가시었다고 봅니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다 가야 되나 고민이 됩니다.

어머니는 저한테 큰 숙제를 남겨놓고 가시었습니다.


IP *.220.229.78

프로필 이미지
2016.06.26 22:28:30 *.116.114.170

형님의 모친께선 우리나라 대표적인 어머니로 살다 승천하신 천사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6.27 09:22:13 *.24.22.91

존경하는 선생님의 모친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음에도 몰랐군요. 안타깝고 죄송하며,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은 캐나다에 계시겠군요. 보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프로필 이미지
2016.06.27 11:18:00 *.223.136.131

이수형님!

저도 늦게 이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함장이 먼저 이 글을 읽고 저희에게 알려주었기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 무심만 저희들입니다.  저도 형님께서 쓰신 이 글을 읽는 내내 저희 모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여인네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았음에도 그건 그저 약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뿐이지 그 분들의 마음 속 깊은 고생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글 속에서 형님의 어머님께서 참 지혜롭고, 강인한 어머님이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이니 어찌하겠습니다.

저 역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친을 보비고 왔지만, 한결같은 자식걱정과 지혜롭고 자애로운 말씀 말씀을 어찌 우리 자식들은 이해할수 있을런지요. 그저 그런 마음을 제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형님!  캐나다 생활 어떠신지요? 부디 강건하시고,,, 가끔씩 소식 전해 주십시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8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김소엽 서평) [1] 단풍 2018.08.05 2256
4037 서평 마감 연장공지와 더불어~ 정승훈 2018.07.30 1725
4036 찰스서평 - 아빠 구본형과 함께 (구해언) [3] 그의미소 2018.07.29 2101
4035 부끄럽지만 2018년 첫 독서_6개월이면 충분하다 내 인생의 첫 책쓰기(서평) [1] 한방이맘 2018.07.28 2152
4034 내 인생의 첫 책쓰기 서평 (김도현) [1] 내 삶의 감독은 나 2018.07.26 2150
4033 [내 인생의 첫 책쓰기] 서평 [1] 큰산 2018.07.26 2023
4032 < 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이동원 서평 file [1] 버킷리스트아콘 2018.07.26 1939
4031 < 아빠 구본형과 함께 > 이동원 서평 [1] 버킷리스트아콘 2018.07.26 1617
4030 (서평) ‘너머의 삶’을 꿈꾸는 나에게 사다리가 되어준 책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1] 엄콩쌤(엄명자) 2018.07.22 1587
4029 [서평이벤트] 4차산업혁명시대, 내 자리는 안전한가 [1] 박중환 2018.07.16 1596
4028 인터뷰 – 박경숙연구원 [2] 수진 2018.03.19 2046
4027 그로잉은 현재진행형 -문요한작가 인터뷰 애호박 2018.03.19 1628
4026 저자 인터뷰 - 자기혁명 프로젝트 전문가 오병곤 [2] 예비12기_이경종 2018.03.18 1807
4025 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 [4] 수진 2018.03.12 2175
4024 [칼럼] 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 [4] 예비12기_이경종 2018.03.10 1672
4023 나는 무엇으로 특별해지고 싶은가? [4] 애호박 2018.03.10 1639
402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1] 수진 2018.03.05 1554
4021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박혜홍 [1] 애호박 2018.03.04 1624
4020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이경종 [1] 12기_예비독수리_경종 2018.03.03 1600
4019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임수진 [1] 수진 2018.02.26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