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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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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4일 16시 50분 등록

어떻게

갈수록 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내일 모레가 추석인데 재래상인들은 전혀 경기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수출을 비롯한 기업들의 경기 체감 정도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유독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3분기 들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생활 형편이 더 나빠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며, 물가와 금리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3/4분기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분기보다 5포인트 하락한 96으로 나타났다.
CSI가 기준치 100을 하회하면 앞으로 생활형편이 나빠질 이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좋아질 것으로 응답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을 상회하면 그 반대의 의미가 된다.
특히 대부분의 구성지수가 전분기보다 하락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9월 22일 오마이뉴스 인용)

신촌을 가보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들로 거리는 메워져 있다. 그들이 소비의 주체인가? 생산경제의 주체인가? 솔직히 알 수 없다. 어제는 가락동 시장에 전어를 먹으로 갔다. 비어있는 자리가 별로 없었다. 여기는 별천지인가?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토요일만 바쁘다고 한다. 평일은 이렇게 바쁘지 않다고 한다. 어제 우리 가게는 개업이후 최고의 매상을 올렸다. 옆집은 손님 두 팀도 채 받지 못했다 한다. 왜 그런가?

모 일간지에서 투 잡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게재한 것이 나온 적이 있었다. 하루 4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일을 해도 자식들 과외비를 대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말에 우울해야 했다. 며칠 전 택시기사와 긴 대화를 한 적도 있었다. 2교대를 하는데 사납금을 맞추고 조금씩 남겨서 가져가는 돈을 다 합쳐야 200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는 한 달 기본생활비로만 천 단위가 넘는 돈을 쓴다는 얘기를 누군가의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기업을 운영하던 장사를 하던 직장을 다니던 경기는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 언제나 나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경기가 좋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항상 힘들었고 언제나 어려웠다. 돈벌지 않는 자식을 두고 아버지는 언제 철이 드느냐고 혀를 차곤 하였다. 문제는 경기의 좋고 나쁜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자주 망각하고 있는 데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좋을 때는 좋아서 힘들었고 나쁠 때는 나빠서 어렵지 않았던가?

성장의 시대에도 파산하는 기업들이 있고, 위기의 시대에도 성공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경기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이자 개인의 문제이다. 집단의 잘잘못을 따지고 자시고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하자. 국가나 사회의 시대적 역할을 논하는 거대 담론의 성격이 아닐진대 나의 문제나 내가 속해있는 기업의 문제는 지극히 지엽적인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해야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언제나 위기의 시기는 존재했었고 누구나 그 시기를 거치고 있다. 누구나 함께 숨쉬는 현장에, 적응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점 말이다. 매일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제의 결심을 오늘 한 잔 술에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냥 만나서 기분 좋게 어울리는 것이 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1년이 지나도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3개월 만에 무엇인가를 성취한 사람도 있다. 말로는 매일 변화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지만 행동으로 변화하는 사람은 별로 없음을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들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위기의 시기에 아무도 곁에 없는 이도 있음을.

변화, 참 좋은 말이다. 누구나 기분 좋고 금방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모두들 자신의 현장에서 애쓰고 힘들게 살고 있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그것이 내 삶과 왜 일치해야 한다고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았던가.
변화, 어렵고 힘들지 않던가. 나에게는 너무 힘든 말이었다. 15년 동안의 생활습관을 버려야만 했으니 오죽 어려웠겠는지 생각해 보라. 더 이상 변화가 내 삶의 한 축이 되지 않는다. 개선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다. 생존의 문제로 바라본 어느 날 이후 변화는 변화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자 투쟁의 수단이 되었다. 그렇게 여기는데도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요즘 갑자기 백수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만의 소중한 여가를 가지게 되었음을 축하해야 할지,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지 주저할 따름이다. 그러나 외피적으로 보이는 단면 외에 그들의 마음은 또 다를 것이다. 현실에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직장을 만나기 위한 도약의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을 보면서 새삼 위기의 시기를 인식하게 된다. 그들이 잘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잘 된다는 것의 의미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좋은지는 잘 모른다. 다만 좋아하는 일에 빠져서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이며 자신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실험을 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그들 스스로 자신을 소외시킬 뿐임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니까.

다시 위기의 시대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어떻게’이다.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육하원칙에서도 통용되는 ‘어떻게’는 행동의 문제를 제기한다. 실천의 의지를 묻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전략적인 의미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전술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느 것이 상위개념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것이 行하는 것이냐가 지금 위기의 시대에서는 더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네 평범한 일상들이 어떻게 행동함으로써 미래의 빛나는 영광을 가져올 것인가는 지금 바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살면서 이런 소중한 오늘을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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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貴
2006.09.24 18:23:47 *.147.17.87
터졌구나, 글이.
멈출 수 없겠구나, 글을.
첫책의 프롤로그로도 좋겠다, 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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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6.09.24 23:07:58 *.10.186.123
변화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 참 절실히 와닿는 말씀 입니다. 저는 절절히 끓는 마음이 없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념해야 할 것임에.. 하루하루를 꿈에 취해 사는 것 같습니다.
시간은 정말 무서운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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