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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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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4일 13시 31분 등록
무도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꼭 이런다고 하네요.
누군가 먼저 홀로 나가서 춤 춰주기를,그래야 자신도 그 속에 섞여
춤 추고 노래할 용기가 생긴다고.

자,오늘도 저는 홀로 춤 추는 용기를 갖추고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력서를 작성해 보렵니다.
사실 좀 부끄럽지만 끝 까지 마음가는 대로 써보려 합니다.

제 나이는 386,교복 자율화 첫 세대이며 뱀 띠20%,그 드세다는 백 말띠 70%,
양 띠 10%가 섞인 교실에서 공부한 세대랍니다.

대충 짐작이 가시죠? ^^ *

어릴때 별명은 울란이였어요.툭 하면 눈물을 툭툭 떨궈서 오빠들이
울란이,울란이 했답니다.커서는 누가 그러더군요.

우는 연기가 일품이라서 탈렌트하면 어떻겠냐고.그렇다고 제가 눈부신
외모를 가졌다는 말은 아니고요.그저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 받은
쌍꺼풀이 또렷한 눈매 하나로 이 날 까지 버텨왔을 뿐,다른건 내세우고
싶지 않네요.

외모의 평준화가 곧 온다는 40대가 바로 눈 앞이라서 외모에 집착 끊은지
오래됐습니다.개인 취향으로 여기던 진한 화장과 진한 향수,그리고 진한
염색은 지금도 싫어해서 미장원 가는 일을 싫어하지요.

아직도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바람에 종종 늙은 아가씨(?) 소릴 들을 때가 있는데 그 소리에 환호해 보진 않았답니다.

잘 하는건 어릴때부터 몰입을 잘 했던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린다거나,글을 쓰거나,서예를 하거나 할때 몰입을 잘 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제가 다 마칠때까지 반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주시고 기다려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몰입을 잘 하기 때문에 정신은 멀쩡한데 육체가 힘들어 할 때가
많아요.가령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보면 너무 몰입해서 육체의 신호를
모를 때가 있어요.20대 초반의 일이었는데 책을 보다가 그냥 졸도를 해
버린 겁니다.그때 막 순정만화 한 권을 그려서 출판사에 갖다주고는 교보
문고에 갔기 때문에 무지 지쳐 있었거든요.

그날,단정한 와이셔츠를 입었던 한 젊은 직원이 절 들쳐 업고는 교보문고
휴게실로 데려갔던 기억이 생생해요.
아가씨,빈혈같아요.

그가 연락처를 물었고 저는 제 친구가 근처 광화문에서 이두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있었기에 그 친구를 데려다 달라고 했지요.
아,그러고 보니 그 젊은 직원,어디서 뭐하며 사는지 궁금하네요.
그 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 *

두번째 몰입은 첫 아이 출산때였어요.
누가 그러대요.출산의 산고는 배 위로 트럭이 오는 것 같다라고.

그래서 좀 도전의식이 생기길래 이왕이면 즐겨보자 였어요.
호흡법과 라마즈 분만법,중국 기공까지 열심히 마스터하고는
출산을 했지요.그 날 병원 간호사가 이러더군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어떻게.....?이럴수가.......?

호흡법에 너무 집중했기에 산고의 고통은 별로 없었는데,문제는
제 몸이 너무 힘들었나봐요.
그날 밤,화장실을 가다가 기절을 했답니다. ^^ *

자,이쯤 되면 제 몰입의 경지가 좀 느껴지시나요?

요즘도 책을 볼 때마다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할인점에서 책을 볼 때가 많은데,몇 시간에 걸쳐서 최고로 많이 보면
네 권을 몽땅 읽어 치우는데 어쩔땐 밖에서 천둥이 치고 비가 와도
모릅니다.약간의 독서 중독증이 있는 것 같아서 자제하려 하고 있지요. ^^

음,이번엔 제 꿈을 말씀드릴께요.
전 어른들도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특히 여성의 자기 개발이나 변화를 세밀히 묘사해서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그런 내용으로요.

때로는 전경린이나 은희경씨처럼 감수성 높은 소설류를 써보고 싶기도
하구요.애고,제 꿈이 너무 큰가요? ^^

뭐 어쨌든 여긴 제 이력서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무엇이든 써보고
싶어서 쓴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자,여기까지가 저의 허접한 이력서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며, 다른 분들의 이력서도 조만간 보고 싶네요.

그럼,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서 댄스 홀로 나와주시길 바라며
이만 마칠께요. ^^ *


좋은 하루 되세요.

IP *.84.3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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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Personals
2011.02.26 22:59:43 *.58.20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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