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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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는 것
구본형
현자들은 영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해
옳은 말이지
근데 육신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
육신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어
황홀한 이 몸을 가지고 있으니
골치가 아파졌어
그래서 이렇게 외쳤어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그랬더니 난리도 아니게 이 두 놈이 서로 싸우는 거야
어느 날 육신이 찾아 와 이렇게 말하더군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절망 속에서 10년 20년을 기다릴 수 있어?
대중이 열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 해
그랬더니 영혼이 그러더군
네 길을 가거라
젠장 내 길이 무언지 알 수 없어
그때
문득 자살이 뭔지 알게 되었어
자살은 어떤 시간대의 삶에서
삶에 대한 자세 자체를 죽이는 거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이 삶을 고집하는 시끄러운 육신을 죽이는 거지
다시 살기 위해
죽어야 하는 죽음은 영적인 죽음인데
덜컹 육신을 죽여버리는 거야
전구가 깨지면
빛도 사라져
죽일 때는 죽어도 죽지 않는 놈을 죽여야 해
처음 영혼을 죽여 사막에 버렸어
그러자 그 놈이 다시 돌아 왔어
이번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던져 넣었지
그러자 그 놈은 다시 살아 되돌아 왔지
이번에는 그 놈을 죽여 꿀꺽 삼켜 버렸어
안 돌아 오는 거야
덜컥 무서워져 불러 보았어
영혼아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내 영혼이 대답했어
네 몸 안에 있지
드디어 그 놈이 있을 곳에 있구나
육신의 안에 들어가 있구나
난 아주 기분이 좋아졌어
-역시 캠벨을 위한 습작(2009.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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