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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8일 07시 38분 등록


결혼

 


구본형

 


연애는

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절망으로 끝이 나지

연애는 사랑의 문제니까

관능은 연애를 멋지게 리드하고 

열정은 두 사람이 불타게 해

죽어도 좋아라고 소리치게 해 

 

결혼은 달라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턱이 있어

잘 보이지 않아

그러나 그 턱에 걸려 자빠져

마빡이 터지고 턱이 날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

이 바보야

결혼은 말야

관계야

결혼을 하면 서로 한 두 가지씩은 희생해야 해

그래그래 좋아하는 것을 내 놓았으니

결혼은 시련인 거지

'관계라는 신 앞에 바쳐진

자아라는 제물'

그게 바로 결혼이야

근데 내 놓을 때 잘 내 놓아야 해

서로 내 놓아야지

한 사람만 내놓으면 안돼

말하자면

관계를 위해 희생해야지

상대를 위해 희생하면

내가 죽어 버려

내가 죽으면 관계도 없어

내가 빳빳하게 살아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말이지

롱 나잇이야

  

남편은 아내에 의해 정의되고

아내는 남편에 의해 정의돼

두 사람 모두 관계 안에서만

그 정체성을 가지게 되지

연애하듯 결혼해 있으면 안돼

관능을 따르면 파국이야

옆이 길게 찢어진 스커트 사이로

멋진 허벅지가 보이는 여인을 따르면 안돼

꽃처럼 생긴 제비도 곤란해

 

온당한 이성이

온당한 결혼을 이끌게 되지  

관계 안에서 둘이 하나가 되면

찰떡 궁합이야

원래 하나였던 사람 둘이

짝 찾아 탁 붙어 버린 찰떡

결혼은 재회야

그대 부디 행복하기를

 

 

 -역시 캠벨을 기리며, 마침 막 결혼한 한 쌍을 위하여 (2009.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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